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을 앞두고 ‘주가는 이익의 함수’라는 공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따라 주가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 증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유가증권시장 이익 전망치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국면이 오면 코스피지수도 박스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코스피 어디로…SK하이닉스·유가에 물어봐

하이닉스 따라 널뛰는 이익 전망

유안타증권은 8일 유가증권시장 이익 전망치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로 SK하이닉스 실적과 국제 유가를 꼽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10월 고점을 찍은 후 12월까지 하락하다가 올해 들어 소폭 상향 조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8일이 이익 추정치 상향의 기점이 됐다. 애널리스트들이 실적 발표 이후 SK하이닉스 이익 전망치와 목표 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11조8000억원 수준이던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8일 기준 16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두 달 만에 4조4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달리 사업부문이 반도체에 집중돼 있는 SK하이닉스 실적은 반도체 업황 자체를 말해준다”며 “향후 실적 향방이 증시 전체 전망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반도체 업황 변화가 유가증권시장 이익 전망치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업 실적 억누르는 고유가·고환율

유가증권시장 이익 전망치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지표는 국제 유가다. 지난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2.31달러까지 치솟았다. 종가 기준 2014년 9월 2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한파가 겹쳤다. 여기에 ‘위드 코로나’로 일상생활이 시작돼 원유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맞물렸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으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할 것(현대경제연구원)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는다. 정유, 철강, 화학, 항공운송 등의 부문에서 비용 상승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를 찍었다. 김 연구원은 “유가와 환율은 기업의 투입 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원가 부담이 판매가격 등에 전가되지 못할 경우 기업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시 악재 푸는 계기도 결국 유가

주식시장을 억누르는 복합 악재를 푸는 요소도 결국 유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우크라이나 리스크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과 러시아 각각의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서 출발했는데, 유가 및 물가를 자극할 경우 지지율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가 조금만 완화되더라도 유가는 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Fed의 입장도 완화적으로 변하면서 위험 자산이 안도 랠리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럼에도 6월께 발표될 Fed의 양적긴축을 앞두고 있는 만큼 투자 종목을 고를 때 기업 실적을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부장은 “앞으로는 미래 콘셉트에 대한 기대보다는 현재 실적을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가 커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낙폭과대주와 대선을 앞두고 정책 테마주 순환매가 빠르게 진행되겠지만 이후에는 반도체 IT하드웨어 의류 등 경기민감 실적주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