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군산항이 호남지역 쌀과 농산물 수탈의 전진기지로 기능한 때문이었다.
그래서 군산지역의 여러 항·포구 가운데서도 째보선창은 채만식(1902∼1950) 선생의 소설 '탁류'와 조정래 선생의 '아리랑'의 공간적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근대이전까지 째보선창 주변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빼곡한 정미소에서 쏟아져 나온 인부와 만선 후 배에서 내린 선원들을 맞는 술집이 새벽까지 불을 밝혔다.
우스갯소리로 '강아지도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로 돈이 넘쳐나던 곳이었다고 한다.
조기가 지천이었고 소금 배, 상고선, 화목선(장작 배) 등도 수시로 드나들면서 고깃배가 들어오는 조금을 전후해서는 어부들 씀씀이도 푼푼했다.
그토록 번성했던 째보선창은 1970년대 이후 도로 건설을 위한 매립 등으로 더는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그 원형과 기능을 잃었다.

군산시가 이처럼 쪼그라진 상권을 되살리고 지속하는 쇠락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8년이다.
이 도시재생 사업은 째보선창∼신영시장 일대에 올해까지 총 262억원을 들여 옛 수협창고 리모델링, 행복주택 건설, 마을기업을 통한 소득 창출 사업 등이 핵심이다.
기능 상실로 흉물스럽던 옛 수협창고를 리모델링한 '군산 째보스토리 1899'는 침체한 째보선창 부활의 거점 시설로 역할하고 있다.

1층은 수제 맥주 제조 시설 및 시음 판매장, 전북도 문화콘텐츠산업 진흥원이 위탁 운영하는 2∼3층은 6개의 스타트업기업이 입주해 각종 강연과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째보선창 번영회'는 수제 맥주를 만든 후 버려지는 부산물(맥아박)을 활용해 맥아박 에너지바를 만들어 지역 소득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단백질과 섬유질, 프로바이오틱스 등이 많이 함유된 맥아박 에너지바는 군산에서 생산되는 보리, 쌀, 딸기, 블루베리 등을 섞어 군산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신영시장 인근 옛 한화 공장과 폐철도부지 8천754㎡(2천677평)는 도시재생 숲으로 조성됐다.
가든존, 피크닉존, 포레스트존, 다이나믹존 등 테마별로 어울리는 대왕참나무 외 15종 9만여 본의 수목을 식재하고 파고라, 야외테이블 등 편익 시설과 경관조명이 갖춰졌다.
폐철도변 길에는 꽃무릇 등 16종의 자생화를 심어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새로운 운동·힐링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또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부처협력사업으로 들어선 '청년뜰'은 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 생태계 조성, 청년·창업자 지원을 위한 센터다.
2019년 11월 15일 개소한 이곳은 강당과 세미나실, IT 교육실, 도서관, 공유카페, 공유주방 등을 갖춰 젊은이들의 소통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는 일자리 정보센터, 청년 해외 취업 지원센터, 창업 꿈나무 사업단도 입주해 취·창업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연말까지 어두운 골목이나 CCTV 사각지대·우범지역 등의 환경을 개선, 범죄를 예방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CPTED는 범죄를 예방하는 도시환경 디자인으로,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을 제거하거나 환경을 새로이 디자인해서 범죄를 예방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아울러 째보선창가 명소화 사업을 통해 수변로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도심의 흉물이 된 폐철도를 근대 문화유산과 연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무가선 관광 트램'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기만 시 도시재생과장은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면서 쇠퇴한 째보선창 일대가 활력을 되찾고 시민과 관광객이 유입되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이 일대의 부활을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