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3명 중 실형 없어…법원 "유족과 합의한 점 고려"
공사 현장 내 안전 조처 미비로 근로자가 사망했는데도 사고 경위를 숨긴 사업주와 현장소장 등이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 등 비교적 낮은 형량을 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9년 8월께 당시 60대였던 A씨는 대전 유성구 한 리모델링 공사 현장 내 건물 4층에서 단열재 시공을 하다 이동식 비계(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가설물)에서 추락했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그는 한 달여 뒤 숨졌다.

사고 당시 비계에는 규정상 설치돼 있어야 하는 안전난간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도 현장소장 B(42)씨는 업체 대표 C(60)씨에게 "현장에 안전 시설물을 설치해 사진을 찍어 증거로 남겨놓겠다"고 하는 등 피해자 부주의에 의한 사고인 것처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 다른 임직원(53) 역시 B씨에게 "피해자가 휴식차 내려오다 다친 것으로 작업자 진술을 맞추라"고 요구한 뒤 메신저를 이용해 서로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B씨는 '작업 후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떨어짐'이라는 내용의 목격자 진술서와 산업재해 조사표 등을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했다.

뒤늦게 안전 난간이 설치된 사진을 노동청에 내기도 했다.

피해자 유족은 이런 사망 경위를 제대로 확인받지 못한 채 B씨 요청에 따라 '안전관리와는 무관하게 발생한 불의의 사고'라는 내용의 거짓 탄원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지법 형사7단독 김지영 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C씨 등 업체 임직원 2명에게는 벌금 300만∼500만원형을 내렸다.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법인에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추락위험 방지를 위한 안전조치를 위반한 것에 더해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며 "사고 현장의 실제 모습과 다른 사진을 촬영해 행정청에 제출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다만, 유족과 합의한 점이나 범행을 반성하는 사실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

사고 발생 일시 상, 중대 재해 처벌 강화 개정 전 법령의 적용을 받은 이 판결에 대해 피고인 중 B씨만 항소했다.

검찰은 피고인 모두에 대해 항소하지 않아 C씨 등 업체 임직원 2명과 법인에 대한 형량은 그대로 확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