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층부 균열에 대피명령 내려졌지만…용역들은 감독 없이 4시간 동안 잔해 제거
소방대원 대피한 …붕괴아파트 수색현장, 용역만 남아 철거작업(종합)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돼 매몰자 수색이 중단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철거 용역 노동자만 남겨두고 대피해 논란이다.

30일 범정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지역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에 따르면 24층 천장 균열(크랙)이 발견된 전날 오후 국토안전관리원 권고로 붕괴사고 현장에서 매몰자 구조와 실종자 수색이 일시 중단됐다.

중수본은 권고를 받아들여 소방 무전으로 대피령을 내렸고 지난 29일 오후 5시 5분께 구조·수색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건물 안에서는 균열이 발생한 24층과 그 하부층을 중심으로 추가 붕괴 예방을 위한 지지대(잭서포트) 보강 등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하지만 대피령이 내려진 아파트 상층부에서는 소방구조대가 대피한 뒤에도 건설 노동자 20여 명이 잔해 제거 작업을 지속했다.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에서 사고 수습은 중수본과 대책본부, 아파트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의 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수본 등은 그간 정례브리핑을 통해 현대산업개발이 투입한 건설 노동자들과 수색·구조 담당인 소방대가 현장에서 함께 작업한다고 발표해왔다.

매몰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지점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구조대원들이 손으로 잔해를 치워가며 수색하고 동선 확보 등을 위해 잔해 제거가 필요한 곳은 건설인력과 장비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소방대원 대피한 …붕괴아파트 수색현장, 용역만 남아 철거작업(종합)
29층은 실종자 2명이 매몰된 상태로 발견됐으나 첩첩이 붕괴해 접근이 어려운 27층과 28층으로 접근을 시도하는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매몰자들이 건물의 28∼31층에서 작업을 맡았기 때문에 29층 역시 매몰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소방구조대가 빠져나간 29층에는 구조대원이나 현장을 관리·감독할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용역 업체 노동자들만이 남아 있었다.

실제 구조·수색 일시 중단 소식을 들은 붕괴 피해자 가족협의회 측이 오후 7시께 건물 내부로 진입해 29층에 도착했을 때 내·외국인 노동자들이 철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마주친 현장 책임자도 현대산업개발 직원이 아닌 외국어 억양의 건설 노동자였다.

건설 노동자들은 대피령 발령 약 4시간 만인 오후 9시께 작업을 멈추고 건물 밖으로 철수했다.

이날 오후 8시께 현장을 찾은 이일 소방청 119 대응국장은 가족들과 면담에서 "이분(건설 노동자)들에게 대피령이 제대로 전파가 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간극이 발생한 듯하다"고 말했다.

중수본과 대책본부는 소방구조대와 용역 노동자의 대피가 4시간이나 차이가 난 데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발표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소방대원 대피한 …붕괴아파트 수색현장, 용역만 남아 철거작업(종합)
붕괴 피해자 가족협의회는 용역 노동자만 남은 수색 현장을 지켜본 뒤 "구조와 수색마저 외주 용역업체가 대리하느냐"며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정부는 빠져라"고 항의했다.

가족들은 "소방대원들은 대피했다는데 용역들만 남아 철거를 하고 있었다.

구조 작업이 체계적으로 되는 줄 알았는데 엉망이었다"며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작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신축 중이던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201동(지하 4층·지상 39층)에서는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23∼38층 16개 층이 붕괴해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붕괴 나흘째인 14일 지하 공간에서 첫 피해자를 수습 이후 매몰자 2명을 발견하고 구조를 시도 중이며 남은 실종자 3명을 찾는 수색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