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사도광산 강제동원 역사왜곡' 세미나
정혜경 연구위원 "세계유산 등재 시도, 세계시민의 가치 훼손"
"정부, 정보제공 전략 수립해야"…日육군 무기공장 인천육군조병창 등재 제안
사도광산 연구자 "정부 파악명부는 일부뿐…진상조사 회복해야"
"한국 정부가 가진 일본 사도(佐渡)광산 징용 피해자 명부에는 148명만 들어있지만, 이들은 총동원 인원의 일부일 뿐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중단된 피해 신고업무를 재개해 사도광산의 피해가 낳은 후유증을 조사해야 합니다.

"
사도 광산 연구 권위자인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은 27일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과 온라인에서 '일본 세계유산 등재 추진 사도광산의 강제동원 역사 왜곡'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사도광산은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일제 강점기 강제노역 현장이다.

정 연구위원은 사도광산 연구의 권위자로, 지난 2019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용역을 받아 연구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는 재단과 행정안전부 주최로 열렸다.

정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사도광산 징용 피해자 명부는 지금은 없어진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가 2005년 2월부터 15개월간 피해신고를 받아 확인한 명단이다.

이 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해체된 뒤 관련 기능과 자료는 여러 행안부와 산하기관에 흩어졌고, 제대로 현황 파악도 되지 않은 상태다.

사도광산 연구자 "정부 파악명부는 일부뿐…진상조사 회복해야"
정 연구위원이 2019년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사도광산에 대한 추가 자료를 발굴했으나 이후에도 정부 차원의 피해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148명의 피해조사명부에서 34명의 생존자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들의 구술기록이 정부 내 어디에서 보관되고 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태다.

현재 공개된 유일한 피해자 구술기록은 일본 연구자들의 자료에 있는 1명의 이야기뿐이다.

정 연구위원은 "148명의 명부도 위원회라는 한국 정부의 진상조사 기관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정부가 중단된 피해신고 업무를 재개하고 사도광산의 후유증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의 무게를 느끼고,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재발방지를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문헌과 유족을 대상으로 한 구술 채록 등으로 자료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니가타(新潟)현의 사도섬에 있는 사도 광산은 에도(江戶) 시대(1603∼1868년)에 금광으로 유명했고 태평양 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구리·철·아연 등 전쟁 물자를 캐는 광산으로 주로 활용됐다.

연구자·기관에 따라 '최대 1천200여 명' 혹은 '적어도 2천명 정도'의 조선인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도광산 연구자 "정부 파악명부는 일부뿐…진상조사 회복해야"
일본 문화심의회는 지난달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추천할 일본 후보로 선정했고, 이를 토대로 일본 정부는 사도 광산의 등재를 신청할지 여부를 이번주 중 각의(閣議·국무회의)를 통해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의 사도 광산 등재 움직임을 비판하는 것은 등재 신청의 내용과 의도가 세계 시민이 공유할 가치와 방향성을 훼손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라며 "역사의 일면만 편향되게 보여주려는 등재 신청이 세계유산의 성격과 지향점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세계 시민들이 사도광산이라는 현장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강제동원의 현장을 반전과 평화를 위한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부평의 인천육군조병창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바람직한 사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내에 8천개가 넘는 아시아태평양전쟁유적이 남아있다"며 "인천육군조병창은 식민지 유일의 일제 육군 소속 무기공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사도광산 연구자 "정부 파악명부는 일부뿐…진상조사 회복해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