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무대에 오르는 국립극단의 연극 ‘소극장판-타지’.
새해 무대에 오르는 국립극단의 연극 ‘소극장판-타지’.
코로나19 확산으로 움츠러들었던 연극계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국립극단, 두산아트센터 등 주요 연극 단체와 공연장이 다양한 공연과 사업을 추진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선 것. 이들은 특히 기후위기나 공정 같은 시대적 담론을 내세운 작품을 잇달아 선보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던 해외 교류와 진출도 서서히 재개한다.

기후위기, 장애 등 다양한 화두

국립극단은 지난해부터 동시대의 화두를 반영한 공연을 선보여 왔다. 올해엔 ‘기후위기와 예술’이란 주제로 전윤환 연출의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을 오는 5월 11일부터 6월 5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국립극단은 “현재 우리의 모습, 가까운 미래에 당면할 수 있는 상황을 함께 다룬다”며 “다큐멘터리 형식과 극적 구성을 결합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외에 인종, 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도 다룬다. 국립극단이 2월 25일~3월 27일 공연하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투: 페레스트로이카’는 정치, 성소수자, 인종, 종교 등 논쟁적 주제를 담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에 이은 후속작으로 4시간에 걸쳐 공연한다. 파트 원에 이어 신유청이 연출하며 정경호, 박지일 등이 출연한다.

‘창작공감: 연출’ 프로그램을 통해선 지난해 화두로 정한 ‘장애와 예술’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다. 3월 9~20일 김미란 연출의 ‘이것은 어쩌면 실패담, 원래 제목은 인투디언노운’(가제)이 관객을 맞이하고, 4월 20일~5월 1일 강보름 연출의 ‘소극장판-타지’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두산아트센터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진행하지 못했던 ‘두산인문극장’을 재개한다. 두산인문극장은 아파트, 푸드 등 매년 하나의 주제를 정해 공연·전시·강연 등을 선보이는 통합 기획 프로그램이다. 올해 키워드는 한국 사회의 주요 화두인 ‘공정’이다.

먼저 5월 10~28일 연극 ‘당선자없음’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헌법 제정과 정부 수립 과정에서 공정이 어떻게 사회적 합의로 도출됐는지 등을 무대화했다. 6월 7~25일엔 여성·노동 등의 소재로 공정 화두를 다룬 ‘웰킨’을, 7월 5~24일에는 대학 입시와 교육계 전반의 불공정을 다룬 ‘편입생’을 감상할 수 있다. 동시대 화두를 다룬 작품을 선정해 공동기획한 작품도 선보인다. 4월과 8월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산책하는 침략자’를 잇달아 무대에 올린다.

경기아트센터는 한태숙 예술감독의 ‘파묻힌 아이’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여전히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제와 아동학대를 조망한다. 공연은 6월 15~26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다.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도 해외 무대에

한동안 중단됐던 해외 합작·교류도 재개한다. 국립극단은 벨기에 리에주극장과 공동제작한 ‘스트레인지 뷰티’를 8월 벨기에 SPA 페스티벌에서 초연한다. 9월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12월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도 같은 작품을 공연한다. 이 작품은 ‘미(美)’에 대한 각양각색의 시선을 주제로 삼았다.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채식주의자’도 해외 무대에 오른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형태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벨기에 출신의 셀마 알루이가 각색·연출한다. 9월 국립극단에서 초연 후 12월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유럽 관객들을 맞이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