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우크라이나에서 의용군에 참가한 일부 국민이 자비로 무기를 구입해 전쟁준비에 들어갔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을 집결시키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내부에선 이런 위기가 하루 이틀 일이 아니기에 외견상 큰 불안은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재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인 군사 동맹도 없는 처지이기에 러시아가 침공하면 정규군으론 역부족일 수밖에 없어 의용군 모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수도 키예프에 거주하는 마리아나 자글로(52)는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구입한 우크라이나제 케빈 소총인 '자브로야 Z-15'를 공개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마케팅 전문가인 자글로는 최근 1천300유로(170만원)를 내고 이 총을 구입했다고 했다.

"이때까지 사냥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하지만 군인들이 어떤 총이 좋은지 얘기하는 것을 듣고 이 총을 샀죠. 우리는 키예프를 위해 싸워야 할 때가 오면 우리 도시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겁니다.

"
자글로는 소총 외에도 소음기와 망원조준경 등 부속과 방탄모, 눈 위장복 등 군복도 구입했고 보름짜리 저격 수업에도 나가고 있다.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병력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키예프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글로는 내다봤다.

러시아군이 최근 벨라루스에도 병력을 파견함에 따라 키예프와 100㎞도 떨어지지 않은 벨라루스 국경에도 러시아군이 도사리고 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면서 키예프를 내버려 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싸움이 시작되면 그들은 여기로 올 것이며, 키예프는 주요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전쟁 준비에 나선 것은 최근 미국, 유럽과 러시아의 외교적 해결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 러시아 병력은 계속 국경에 집중되는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엔 미국과 영국이 자국 대사관 일부 인력의 철수를 결정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글로는 우크라이나 의용군인 영토방어군(TDF)의 일원이기도 하다.

최근 TDF 병력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수년 전 1만명의 예비군으로 구성된 이 의용군은 최근 2개월간 신규 모집에 박차를 가하면서 수천명의 병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최소 5천명의 TDF 병력이 수도 키예프 방어를 위해 배치됐다.

우크라이나군은 이제야 예비군 등에게 무기를 배급하기 시작했지만 자글로와 같은 TDF 병력은 이를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의 돈으로 소총과 탄약 등을 미리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회는 바깥에서 보는 것만큼 전쟁 분위기에 위축돼 있지는 않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이미 소련 시절부터 군 병력이 주변에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을 많이 경험했던 터라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이번 위기가 새로운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가게와 바, 레스토랑, 은행 등은 정상 영업 중이고 주요 교통 허브에도 키예프에서 도망치려는 인파는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화폐 흐리브냐가 최근 유로화에 비해 다소 약세를 보인 것은 사람들이 예금 인출에 나선 것임을 시사할 수는 있겠지만 대다수 우크라이나인은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자글로는 "이런 전쟁 위기는 수년간 겪은 것이라 사람들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라며 "내 친구나 이웃들은 봄이나 여름 휴가 때 어디에 가야 할지 등을 얘기한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일부 총기류에 대해 엄격한 관리를 전제로 민간인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