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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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조원이 몰렸던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청약에 수백억원 이상을 보유한 현금 부자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고액 자산가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공모주 투자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역대급 '쩐의 전쟁'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19일 진행한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청약에서 100억원 이상의 증거금을 낸 청약자는 318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가장 많은 증거금을 낸 6명은 최고 청약 한도인 729억원을 납입했다. KB증권에서 일반등급 고객의 3배를 청약할 수 있는 프리미어 멤버스일 경우 가능하다. 이들은 48만6000주를 신청해 최대 3646주를 받게 됐다. 공모가 30만원 기준 10억9380원어치다. 만약 LG에너지솔루션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에 성공한다면 17억5000만여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증권사별로 100억원 이상 청약한 사람은 KB증권이 166명, 신한금융투자가 103명, 대신증권이 48명으로 나타났다. 주요 금융기관의 VIP 고객인 자산가들이 청약 한도가 높은 은행 계열의 증권사를 이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고 청약 한도가 가장 높았던 KB증권에서는 400억원 이상 청약자가 15명에 달했다. 100억~399억원을 낸 사람은 KB, 신한, 대신 3곳에서 302명이었다.
[단독] LG엔솔, 6명이 11억어치씩 받았다…따상 가면 '대박'

◆균등배정 대혼란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기관투자가와 개인을 대상으로 공모주를 배정하고 증거금을 환불했다. 일반청약자들이 납입한 114조원 중 약 3조3000억원을 제외한 110조원이 환불 대상이다. 442만여개의 계좌에서 100조원 이상이 이체되는 출금 대란이 벌어지면서 이날 오전 일부 증권사와 은행에서 이체 지연 사태가 빚어졌다.

증권사마다 다른 균등배정방식에 문제점도 제기됐다. 청약을 진행한 증권사에는 최종 배정된 주식수를 놓고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동일한 증권사에서 같은 수량을 청약했는데 배정주식수가 다른 일이 발생하면서다. 이번 청약에서는 최소 청약 수량인 10주 이상을 청약하면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6개 증권사에서 균등배정주식을 최소 1주 이상 받는다. 그러나 균등배정과 비례배정시 생긴 소수점 단위 주식을 추첨으로 배분하는 과정에서 배정주식에 차이가 발생한다. KB증권의 경우 10~40주를 청약한 사람은 1주, 대신증권은 10~70주, 신한금융투자는 10~20주를 청약하면 1주가 배정됐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30주를 청약했을 때도 비례배정주식을 받을 수 있어 최대 4주를 받는 사례도 나왔다.

◆중소 공모주도 대흥행

IB업계는 공모주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앞으로 증권사별 균등배정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흥행 이후 중소 공모주에도 수조원이 몰려드는 상황이다. 이날 청약을 마감한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 이지트로닉스와 가상현실(VR) 게임 개발사 스코넥엔터테인먼트에는 이틀 간 총 11조1600억여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이지트로닉스의 경쟁률은 887 대 1로 4조8300억원이 유입됐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175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으로 6조3358억원이 몰렸다. 두 회사의 청약 신청건수는 각각 28만3000여건, 19만9000여건으로 나타났다. 이지트로닉스는 추첨으로 균등배정주식을 1주, 스코넥엔터인먼트는 1~2주를 받을 수 있다.

증권가는 최근 상장한 오토앤이 상장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이어간 것이 공모주 투자 열기를 더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후 주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일 유통가능주식수는 2072만주로 전체 상장 주식수의 8.9%로 집계됐다. 회사 측은 기관투자가에게 배정된 물량의 58.3% 가량을 상장 직후 팔지 못하도록 의무보유확약을 걸었다. 기관들의 신청비율 77%보다 소폭 줄었다. 확약 비율은 6개월(42.6%), 3개월(8%), 1개월(7.5%), 15일(0.2%) 순이다. 확약 비율은 지난해 상장한 현대중공업(9.61%), SK바이오사이언스(11.63%), SK아이이테크놀로지(15.3%)보다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일 해외 기관들의 물량과 개인 투자자들의 공모주가 쏟아져나온다면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며 "유통비율은 적지만 공모가 기준으로 6조2000억원어치나 되기 때문에 증시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