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업 중 든든한 실적과 신약 개발 역량을 모두 확보한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신약 상용화에 성공한 경우로 한정하면 더 그렇습니다. 파미셀은 흑자 경영과 줄기세포치료제 상용화를 동시에 달성한 기업입니다. 새해엔 바이오의약품 소재로 쓰이는 뉴클레오시드와 메톡시폴리에틸렌글리콜(mPEG)의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동종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수지상세포 항암제 개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현수 파미셀 대표를 만나
원료의약품 사업 계획과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전략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김현수 파미셀 대표 / 사진=김병언 기자
김현수 파미셀 대표 / 사진=김병언 기자
파미셀은 2011년 세계 최초 줄기세포치료제인 ‘하티셀그램-AMI’를 출시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주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의사로 일하던 김현수 대표가 2002년 세웠죠. 파미셀은 공장 준공을 위해 2009년 의류기업이던 로이를 인수한 뒤 에프씨비투웰브로 사명을 바꿨다가 2011년 지금의 사명으로 돌아왔습니다.

2013년엔 정밀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아이디비켐을 인수하면서 원료의약품 사업에 진출했죠. 지금은 이 회사 매출의 98%가 원료의약품 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9월 누적 매출은 391억 원이었습니다. 이 중 원료의약품 사업 매출은 383억 원입니다. 하티셀그램-AMI 매출이 반영된 바이오 사업의 매출은 8억 원 수준입니다. 원료의약품 사업이 안착하면서 영업이익도 2018년부터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지난 1~9월 영업이익은 82억 원입니다.

파미셀은 125억 원을 들여 원료의약품 생산 목적으로 울산에 증설 중인 2공장을 올해 6월 완공할 계획입니다. 아직 완공이 되지 않았지만 올해 2공장에서 생산할 뉴클레오시드 물량까지 수주를 마쳤다고 합니다. 2공장을 넘어 3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뉴클레오시드와 mPEG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뉴클레오시드 : 인클리시란
이 회사의 주력 원료의약품인 뉴클레오시드와 mPEG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뉴클레오시드는 염기와 당이 결합된 화합물입니다. DNA와 RNA를 총칭하는 핵산의 구성 요소입니다. 이들 핵산을 약물로 쓰는 유전자치료제도 그 구성 성분이 뉴클레오시드일 수밖에 없습니다. 뉴클레오시드에 인산기 3개가 연이어 붙으면 뉴클레오티드(뉴클레오시드 삼인산)가 됩니다. DNA와 RNA는 이 뉴클레오티드가 줄지어 얽혀 있는 형태죠. 유전자치료제뿐 아니라 유전자를 증폭해 감염병 검사를 하는 분자진단 기술에도 이 뉴클레오시드가 쓰입니다.

파미셀은 세계 뉴클레오시드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머크(MSD)와 같은 대형 제약사나 미국 진단기업인 서모피셔 등에 이 원료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뉴클레오시드 20종을 생산할 수 있죠. 쓰려는 약물에 따라 뉴클레오시드의 구조와 하이드록시기(-OH)에 붙는 물질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사실 뉴클레오시드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라고 합니다. 화학·생물학 실험시설을 갖춘 연구실이라면 충분히 제작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정한 품질과 수율로 뉴클레오시드 수백kg를 상업적 용도로 생산하는 건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숙련된 생산 인력과 함께 품질관리 경험이 축적돼 있어야 하죠. 이렇게 상업화를 위해 공들여야 할 노력에 비해서 세계 뉴클레오시드 시장은 수백억 원 규모에 불과합니다. 핵산은 일일이 화학적으로 제조하지 않고서도 세포 배양, 유전자 증폭 등의 방식으로 복제가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뉴클레오시드는 대량생산보다는 처음 핵산을 합성하는 용도 위주로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게 적합한 분야입니다. 일본 스미토모화학 등 일부 기업 외엔 뉴클레오시드 상업화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배경입니다.

그런데 최근엔 대외 환경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mRNA 백신의 등장으로 유전자치료제 개발 경쟁이 뜨거워졌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유행으로 분자진단시약 수요가 급증했죠. 지난달 파미셀은 미국 진단기업인 서모피셔와 102억 원 규모 뉴클레오시드 공급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RNA치료제 상용화로 수혜가 기대되는 회사입니다. 미국 앨나일람이 개발하고 스위스 노바티스가 판매할 RNA간섭(RNAi) 기반 가족성 고지혈증 치료제 ‘인클리시란’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가족성 고지혈증은 일주일에 한 번씩 혈액 속에 쌓인 지방을 여과하지 않으면 환자 상당수가 20대에 사망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클리시란은 고지혈증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막는 방식입니다. 기존 치료제가 연간 26회 투약해야 하던 것과 달리 인클리시란은 1년에 2회 투여면 충분합니다. 시장분석업체 이밸류에이트는 인클리시란이 2026년 21억 달러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인클리시란은 2020년 12월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품목 허가를 받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유럽 내 생산시설의 일부 사항 변경을 요구하면서 미국 시장 진출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 12월 FDA 승인이 나오면서 유럽, 미국 모두에서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뉴클레오시드를 공급하는 파미셀도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다른 상용화된 RNA치료제에도 파미셀 원료가 쓰이고 있습니다. 2018년 첫 RNAi 기반 치료제로 등장한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매개성(hATTR) 아밀로이드증 치료제인 앨나일람의 ‘온파트로’, 미국 아이오니스와 바이오젠이 개발한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인 ‘스핀라자’ 등이 대표적입니다. 프랑스 사노피의 혈우병 치료제 ‘피투시란’, 미국 제론의 골수이형성증후군·골수섬유증 치료제 ‘이메텔스타트’ 등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신약 후보물질에도 파미셀의 뉴클레오시드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mPEG : UCB, 머크에 공급…올해 생산능력 2배 향상
파미셀의 또 다른 주요 원료의약품은 mPEG입니다. mPEG는 mRNA 백신의 필수 소재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mRNA 백신은 약물 안정성을 높이고 세포막 투과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지질나노입자(LNP)를 쓰고 있습니다. 이 LNP의 구성성분 중 하나가 mPEG입니다. 이 물질은 단백질에 결합하는 페길레이션 작용을 통해 바이오의약품의 독성을 줄여주거나 체내 지속 시간을 늘리는 데도 쓰입니다.

파미셀의 대표 고객사로는 벨기에 제약사 UCB가 있습니다. 파미셀은 UCB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심지아’의 원료로 2020년부터 mPEG를 공급 중입니다. 미국 넥타테라퓨틱스, 독일 머크도 파미셀의 mPEG를 쓰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승인을 받고 판매를 앞두고 있는 일본 다케다의 A형 혈우병 신약 ‘아디노베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미셀은 기존 수준보다 5배 이상 높은 순도로 mPEG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순도를 유지하면서 톤 단위 생산이 가능하죠.

2공장이 완공되면 파미셀의 mPEG 생산능력은 현 수준의 2배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연간 500억 원 규모 생산이 가능한 뉴클레오시드 생산능력은 1.5배가 됩니다. 20톤 규모 리액터, 5톤 규모 리액터 등을 구비해 다품종 소량 생산에 맞게 대응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향후 화학 반응으로 이뤄지는 뉴클레오시드 제조에 효소 반응을 접목해 동일한 규모의 시설에서 생산 속도를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실험 단계로는 검증이 돼 있지만 대량생산에서도 일정한 품질이 나오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만큼 실제 생산시설에 효소를 도입하는 데는 1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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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엽줄기세포 : 간경변·발기부전 치료에 집중
본업인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은 중간엽줄기세포와 조혈모줄기세포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가 첫 줄기세포치료제로 내놨던 급성 심근경색 치료제인 하티셀그램-AMI는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합니다. 환자의 골수에서 확보한 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주사제로 만들어 심근조직에 1회 투여하는 방식입니다. 이 치료제는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지난해 1~9월 이 치료제 매출은 2억 원대 수준이었습니다. 2000만 원 수준인 치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충분한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간경변을 대상으로 후속 줄기세포치료제인 ‘셀그램-LC’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셀그램-LC도 자가 골수에서 유래한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합니다. 하티셀그램-AMI가 심장이식의 대체재였다면 이 치료제는 간이식의 대체재라는 차이가 있죠. 간동맥에 카테터를 삽입해 주사로 투여하는 방식입니다.

세계적으로 매년 10만 건의 간이식 수술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시장성은 이쪽이 훨씬 더 크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입니다. 2016년 결과가 나왔던 임상 2상에서 간 섬유화를 일으키는 콜라겐 비율이 1회 투여 시 25%, 2회 투여 시 37% 줄어드는 게 확인됐습니다.

파미셀은 셀그램-LC의 임상 3상 투약을 국내 11개 대학병원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가 지표 중 하나로 3년 생존율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하기로 한 만큼 상용화에는 시일이 걸릴 전망입니다.

다른 적응증을 대상으로도 중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한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하는 ‘셀그램-ED’는 2020년 10월 임상 2상 첫 환자를 등록한 이후 현재까지 환자 절반 이상을 모집한 상황입니다. 이 후보물질은 음경해면체의 평활근이 고사되는 걸 막고 섬유화를 일으키는 콜라겐의 침착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습니다. 내피세포 재생과 신생 혈관 형성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조혈모줄기세포 : 동종 수지상세포 기반 항암제로 개발 추진
조혈모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방식으론 수지상세포 기반 항암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각각 전립선암과 난소암을 대상으로 하는 ‘셀그램-DC-PC’와 ‘셀그램-DC’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임상 1상을 하고 있죠. 자가 조혈모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수지상세포를 이용합니다.

파미셀은 동종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수지상세포로 항암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조혈모줄기세포로 만든 수지상세포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표지할 항원에 대한 정보를 주입하고 면역 거부 반응을 줄여 동종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미 탑재할 항원과 생산 방식은 결정했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수지상세포는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2주면 만들 수 있지만 세포가 쉽게 깨지고 노화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그간 순도와 생산량을 끌어올리는데에 연구를 집중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파미셀은 줄기세포치료제 출시 이후 10년 가까이 누적된 추적관찰 데이터를 이용해 바이오마커 발굴과 같은 신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가 줄기세포치료제를 투약한 환자들의 나이·성별과 같은 기본적인 개인정보뿐 아니라 유전자 분석 및 혈액 분석 결과, 엑스레이 촬영사진 등의 데이터를 종합해 인공지능(AI)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하겠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줄기세포 이식 성공률에 영향을 주는 바이오마커를 발굴할 계획입니다. 줄기세포치료제는 골수 채취 및 치료제 주입 과정이 요구돼 임상시험에서 블라인드로 대조군 투약을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대조군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바이오마커 확보가 절실하죠.

김 대표는 “올해부터 환자들을 장기 추적관찰한 데이터의 AI 분석 결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정 질환 환자별로 분류한 데이터에서 일정한 경향성이 발견되면 향후 질병 발생을 억제하는 쪽으로도 해당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주현의 바이오 탐구영역] 파미셀 “동종 수지상세포 치료제 개발, 줄기세포 이식 효과 예측 바이오마커 발굴”
[이주현의 바이오 탐구영역] 파미셀 “동종 수지상세포 치료제 개발, 줄기세포 이식 효과 예측 바이오마커 발굴”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