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위험 불구 고속화도로에 진입로 개설 허가
시민단체 "교통 재앙 우려, 원점 재검토하라"

제주도가 교통사고 위험 때문에 직접 진·출입으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고속화도로에 민간업체 휴게음식점 진입로 개설을 허가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불과 4년 전 제주도 소방안전본부가 요청한 안전체험관 진입로 허가를 불허했던 도로여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안전체험관 NO, 휴게음식점 OK…민간업체 특혜 주는 제주도
5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국제공항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를 잇는 주요 도로인 평화로(지방도 1136호) 중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교차로 인근에 민간업체 휴게음식점 진출입로를 개설해 10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지난해 해당 휴게음식점 건물 신축 업체가 진입도로 개설 허가를 신청하자 담당 부서 과장이 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진입로 개설 허가가 과장 전결 사항이어서 당시 도시건설국장 등 윗선으로는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휴게음식점 허가를 받은 해당 민간업체 건물은 총 9천442㎡ 부지에 연면적 1천373.88㎡ 규모로, 2023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건물이 완공되면 '드라이브 스루'로 방식 판매로 유명한 해외 브랜드 커피 전문점이 입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체험관 NO, 휴게음식점 OK…민간업체 특혜 주는 제주도
그러나 도는 4년 전인 2017년 9월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서 요청한 '안전체험관 평화로 진입도로 개설 가능 여부'에 대한 검토 요청에 대해 교통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며 '불가' 입장을 냈었다.

당시 도는 "평화로는 설계 당시부터 고속화도로로 설계되면서 평면 교차로 없이 입체 교차방식으로 시설이 돼 무수천 교차로부터 제4 동광교까지는 일단 차량이 진입하면 정차 없이 진행하도록 건설된 도로"라고 설명했다.

도는 이어 "평화로 특수성과 차량 속도, 교통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평화로와 직접 연결하는 새로운 진입로가 설치될 경우 차량 흐름에 상당한 방해 요인이 될 뿐 아니라 교통사고 발생 우려가 크므로 이러한 문제로 인해 직접 연결 허가는 불허하고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특히 '제주도 도로와 다른 시설 연계에 관한 조례'에 따라 '교차로 영향권 내는 도로를 접속할 수 없으므로 사업시행자가 별도 배후도로(우회도로)를 검토해 도로법에 의한 도로로 고시하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회신했다.

결국 도 소방안전본부는 인근 부지를 추가로 매입해 우회 진입로를 새로 개설했다.

도 소방안전본부 외에도 이번 민간업체 건물 바로 인근 휴게음식점에도 직접 진입도로 허가가 나지 않아 우회도로를 개설해 출입하도록 했다.

평화로 개통 이후 현재까지 직접 진입도로가 허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허가가 그대로 이행된다면 앞으로 많은 업체 등의 진입도로 개설 요구를 안 들어줄 수 없게 돼 애초 평화로 개설 취지를 상실하게 되고, 교통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평화로는 제주공항과 중문관광단지를 잇는 최고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는 도내 유일한 고속화도로다.

일반적으로 '도시의 고속도로'라고 불리는 고속화도로는 차량이 곡선 구간과 신호등을 최소화해 고속 주행에 맞게 설계된 도로를 말한다.

안전체험관 NO, 휴게음식점 OK…민간업체 특혜 주는 제주도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시에 해당 건축물 건축허가 신고와 함께 도로점용 및 연결 허가 신청이 들어와 경찰과 도로교통안전공단, 자치경찰단 등과 함께 한 차례 현장점검을 했고 각 기관의 의견을 수합해 보완을 요구한 뒤 도로 연결 허가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로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관련 법상 진입도로 개설이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진입도로 개설을 할 경우 감속 및 가속 도로 확보, 회전 거리 확보 등에 대해 자문을 해 준 것이지, 허가를 내도 된다는 의견을 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도는 또 안전체험관 진입도로 불허와 이번 민간업체 진입도로 허가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교차로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설치 계획이 없는 도로에 대해서는 교차로 및 감속·가속 차로에서 최소 100m 이내에 연결도로를 설치할 수 없다는 관련 조례에 따라 안전체험관 진입도로를 불허했고, 이번 민간업체의 경우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지형상으로 봤을 때 안전체험관과 민간 시설 모두 인근 교차로와 100m 이상 떨어져 있어 도의 설명이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성명을 통해 "제주도가 평화로와 휴게음식점 시설과 연결되는 곳에 10년간 도로점용 허가를 내줘 공사가 완료될 경우 교통 재앙이 우려되고 있다"며 "이 구간은 많은 차량이 '쌩쌩' 달릴 정도로 과속이 빈번한 구간으로, 도로와 연결되는 지점은 교통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 "평상시에도 교통사고 우려가 높은 이 지점은 공사가 완료될 경우 교통사고 위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평화로의 경우 현재까지 평화로와 직접 연결되는 민간시설 진입로 사용 허가를 내준 적이 없다는 점에서 특혜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유수암 지역 주민들이 평화로에서의 직접 진입하는 도로 허가에 대해 교통사고 위험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충분한 공론의 장도 없이 도청 담당 과장 전결 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허가를 내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교통사고 우려를 가중하는 이번 민간업체에 대한 도로 사용 허가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