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턴어웨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낙태죄가 폐지된 지 1년이 넘었지만 후속입법이 지체되면서 임신중지가 필요한 사정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한국보다 40년 앞서 낙태를 합법화한 미국에서는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을 두고 법적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임신중지가 난임은 물론 우울과 불안,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낙태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논리 가운데 하나다.

이같은 주장은 2007년 임신 후기 낙태 금지를 주장하는 연방대법원 다수의견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이 현상을 측정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자료를 찾지는 못했다"는 단서가 달렸다.

신간 '턴어웨이'(동녘)는 임신중지를 한 여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불행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객관적 연구결과로 반박하는 책이다.

미국의 인구통계학자인 저자는 공중보건학·사회학·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전문가 40여 명, 임신중지를 했거나 거부당한 여성 1천여 명을 모집해 10여 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다.

결과는 낙태반대론자들 주장과 정반대였다.

임신중지를 하거나 거부당한 지 8일째 되는 날은 거부당한 여성이 더 높은 불안과 낮은 자존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가졌다.

그러나 두 그룹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좁혀져 장기적으로는 차이가 없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임신중지를 한 쪽이 더 밝았다.

임신중지를 한 여성은 86%가 이듬해 희망적인 계획을 세웠으나 거부당한 이들은 56%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자신이 아닌 아이와 관련된 계획이 많았다.

두 집단은 정규직 취업률과 빈곤 경험에서도 차이가 났다.

임신중지가 건강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생각도 널리 퍼져있다.

그러나 임신중지로 합병증이 발생하는 비율은 2%로 사랑니 발치(7%), 편도선 절제술(8∼9%)보다 낮았다.

출산으로 사망할 확률은 임신중지보다 14배 많았다.

연구결과로 반증된 임신중지에 관한 '속설'은 열 가지에 달한다.

'가난한, 무책임한, 종교가 없는 여성들이 임신중지를 한다', '임신중지를 한 여성은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한다' 따위다.

저자는 "우리 연구는 여성이 그들의 몸, 가족, 삶에 사려 깊고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며 "임신중지는 여성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에 관한 문제"라고 말한다.

다이애나 그린 포스터 지음. 김보영 옮김. 508쪽. 1만9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