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주택 공급·인플레…건설·시멘트株 유망"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와 높은 물가 수준,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까지…. 올해 한국 증시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잖다. 하지만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이럴 때일수록 진짜 좋은 주식은 빛이 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시장을 크게 이긴 김 대표와 올해 투자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VIP운용은 지난해 일임 펀드 수익률이 67%를 기록하며 4% 오른 코스피지수를 크게 이겼다. 지난 한 해 운용자산(AUM)도 1조원이 늘어 3조1079억원(금융투자협회 집계)을 기록 중이다.

▷현재 시장을 어떻게 진단합니까.

“올해가 변곡점이 될 겁니다. 먼저 물가 수준이 계속 높을 것 같습니다. 물류 상황은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면 나아질 테지만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친환경 이슈가 물가를 계속 끌어올릴 것으로 봅니다. 저물가 시기는 이제 지나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도 코앞에 다가온 상황입니다. 주식시장엔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까.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보통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금이 넘어가니 부정적이라고들 생각합니다. 그런데 금리를 올린다는 건 경기가 괜찮다는 뜻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경기가 나아지고 금리가 상승하는 구간에서 몇몇 종목엔 기회가 옵니다. 2005~2008년, 2010~2012년이 그 예입니다. 시장이 안 좋아질수록 좋은 종목은 빛을 발합니다. 물론 밸류에이션(펀더멘털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종목들은 문제가 될 겁니다. 현금만 들고 있어도 금리가 오르면서 손익이 개선되는데 미래현금을 당겨와 주가를 평가하는 고평가 성장주를 갖고 있을 필요가 없겠죠.”

▷굳이 어려운 한국 시장에서 주식을 사야 할까요. 미국 투자를 늘리면 되지 않습니까.

“한국 사람 대부분은 한국 회사 정보를 얻기가 훨씬 쉽습니다. 미국 사람이 미국 주식 정보를 취득하는 것과 우리가 미국 정보를 취득하는 건 다르지요. 해외 연기금이 한국 시장에 투자할 땐 직접 운용하지 않고 저희한테 맡기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아무리 미국이 좋아도 한국 주식 비중을 높이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러면 올해 어떤 국내 종목이 유망할까요.

“높아질 원가를 전가할 수 있는 회사들에 집중하는 게 좋겠습니다. 시멘트 업종이 대표적 예입니다. 시멘트는 공급업체가 큰 3개사와 나머지 2개사로 한정돼 있어 공급 쇼티지가 있는 업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은 시멘트 가격을 20% 올렸습니다. 시멘트회사는 가격전가력이 높은 편이니 기회가 있을 걸로 봅니다. 또 금리가 올라가니까 은행주도 좋겠고, 회계기준이 2023년부터 바뀌면서 자산 재평가가 이뤄지므로 보험주에도 기회가 있겠습니다.”

▷내년엔 대통령선거가 있습니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대통령 취임 전 3개월부터 취임 후 2년 반까지 어떤 장세가 펼쳐지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다만 대통령이 누가 되든 건설주와 건자재주는 좋을 거라 봅니다. 후보들 모두 부동산 공급 증가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2차전지에 시장 관심이 높습니다.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았을까요.

“2차전지만 하는 회사는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고 생각합니다. 5년치 이익을 미리 주가에 반영해 놨는데 성장이 조금이라도 둔화되면 타격이 크겠죠. 그래서 저는 바벨전략을 가져갑니다. 원래 본업으로 돈을 벌고 있는 회사인데 2차전지라는 신성장동력까지 추가한 회사들을 선호합니다.”

▷올해 어려운 시장에 임할 개인투자자들에게 조언해주십시오.

“딱 하나만 조언한다면 배당수익률을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배당수익률은 투자에서 신호등 같은 역할을 합니다. 배당을 많이 한다는 것 자체가 주주를 생각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고, 또 배당수익률이 좋다는 것은 배당 대비 주가가 낮다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가 싸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한편 배당을 준다는 것은 이 돈 없이도 잘할 수 있다는 회사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이죠. 그다음으로는 자사주 매입·소각하는 회사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제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은 자사주를 계속 사고 있거나 소각하는 종목들입니다. 자사주를 산다는 건 자본배출 능력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