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대가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國殤之柱·Pillar of Shame)을 철거하자 역사 말살이자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24일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수치의 기둥'을 만든 덴마크 작가 옌스 갤치옷은 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전날 성명을 통해 "완전히 충격받았다"며 "이는 홍콩이 주민과 예술, 개인 자산 보호에 대한 법과 규정이 없는 잔혹한 곳이 됐음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이어 "조각상의 어떠한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홍콩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또 하나의 공격이고 역사를 지우려는 수치스러운 시도"라고 비판했다.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는 AFP 통신에 "'수치의 기둥'은 중국공산당이 진실을 은폐하고 통제하려는 모든 순간과 사실에 관한 것"이라며 조각상의 철거는 중국의 통제 아래 홍콩에서 예술적 자유가 증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독일에 머무는 그는 "홍콩은 폭풍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조용하고 안전한 곳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반 초이(蔡子强) 홍콩중문대 정치행정학 선임 강사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국제사회에서는 '수치의 기둥' 철거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종말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홍콩에서 매년 6월 4일 진행된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촛불행사는 홍콩에 허용된 고도의 자치 아래에서 일국양제를 상징하는 행사였다며 홍콩국가보안법으로 앞으로 6월 4일 추모행사는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콩대 이사회의 유일한 학생 대표 제이슨 웡은 HKFP에 "너무나 충격받았다"며 이사회에서 철거 계획에 반대했지만 자신의 의견은 대학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콩 민주 단체 '홍콩을 위한 캠페인'의 사무엘 추 회장은 "1997년 세워진 '수치의 기둥'은 홍콩에서 자유의 시금석이었다"며 "2021년 철거는 홍콩에서 자유의 묘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홍콩 친중 진영은 홍콩대의 결정을 환영했다.

레지나 입(葉劉淑儀) 신민당 주석은 SCMP에 "그 조각상은 매우 부정적인 정치적 아이콘"이라며 "홍콩의 모든 대학들이 학문에 집중하고 정치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홍콩대는 지난 22일 밤 '수치의 기둥'을 기습 철거했다.

이어 전날 성명을 해당 조각상을 해체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발표했다.

홍콩대는 "외부 법률 자문과 대학에 대한 리스크 평가에 근거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높이 8m, 무게 2t에 달하는 이 조각상은 톈안먼 민주화시위에서 희생된 이들이 괴로움과 슬픔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갤치옷 작가가 제작해 홍콩의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단체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에 기증했다.

청동, 구리, 콘크리트로 이뤄진 조각상은 원래 회색빛이었으나 2008년 중국의 인권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캠페인 속에서 지련회와 홍콩대 학생회가 주황색으로 페인트칠했다.

지련회는 매년 '수치의 기둥' 세정식을 진행했다.

홍콩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올해 빅토리아 파크의 톈안먼 추모 촛불집회를 불허하자 일부 학생들은 '수치의 기둥'을 찾아 촛불을 들었다.

그러나 홍콩 당국과 친중 진영이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제기하며 압박하는 가운데 지련회는 9월말 해산했고, 홍콩대는 그 직후 지련회에 '수치의 기둥'을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