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국유자산 손실' 주장하며 사정당국 고발
'중국 반도체 항모' 매각 차질 빚어질 가능성
'중국의 반도체 항공모함'으로 불리는 칭화유니그룹(淸華紫光)의 매각 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16일 중국 매일경제신문 등에 따르면 자오웨이궈(趙偉國) 칭화유니그룹 회장의 회사인 베이징젠쿤(北京健坤)투자그룹은 전날 '공개 고발장'을 발표하고 칭화유니그룹 전략투자자 후보 선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자오웨이궈는 칭화유니그룹 설립자이자 현 회장으로 이 회사 운영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의 명문 칭화대가 51% 지분을, 이 학교 출신인 자오웨이궈가 지배하는 회사인 베이징젠쿤이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법적으로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는 칭화대지만 이 회사의 실질적 경영은 오랫동안 창업자인 자오웨이궈가 맡아 왔다.

베이징젠쿤은 '공개 고발장'에서 회사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상태로 전략투자자 선정이 이뤄져 734억 위안(13조6천억원)의 국유자산 손실이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최고 감찰 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 조사를 촉구했다.

일례로 베이징젠쿤 측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 자회사인 YMTC(長江存儲·창장춘추)의 경우 적어도 1천600억 위안(약 29조7천억원)의 가치가 있지만 이번 전략투자자 선정 과정에서 479억 위안(약 8조9천억원)의 헐값으로 평가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칭화유니그룹 파산 구조조정안을 진행 중인 베이징 중급인민법원은 최근 베이징즈루(北京智路)자산관리와 베이징젠광(北京建廣)자산관리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을 칭화유니그룹 전략투자자 후보로 선정해 후속 절차를 진행하도록 한 바 있다.

인수자로 선정된 컨소시엄이 향후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 채권단의 승인을 받으면 칭화유니그룹의 주인이 바뀌게 된다.

베이징즈루 컨소시엄은 인수가로 600억 위안(약 11조1천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즈루와 베이징젠광은 모두 국무원 산하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가 투자한 기관이어서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직접 칭화유니그룹 살리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는 반도체 분야의 핵심 회사인 칭화유니그룹의 파산 구조조정에는 중국 당국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창업자 측이 이번에 공개적으로 헐값 매각 문제를 제기한 것은 국가 차원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자오 회장은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의 경영 능력에 관한 의문도 제기했다.

그는 매일경제신문에 "그들(인수 컨소시엄)이 능력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창업자이자 주요 주주인 자오 회장의 공개적인 이견 제기로 칭화유니그룹 매각 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자오웨이궈의 격렬한 반응으로 칭화유니그룹의 구제 방안이 방해받을 위기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