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규명 요원…유족 "장난 말라" 반발

하지만 유족은 일본 정부가 세상에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일본 재무성 긴키(近畿)재무국 직원이던 아카기 도시오(赤木俊夫·2018년 사망) 씨의 부인 마사코(雅子) 씨가 국가와 재무성 이재국장을 지낸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본 정부는 약 1억엔(약 10억4천만원)의 배상금 청구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비공개로 오사카(大阪)지방재판소(법원)에서 열린 소송 준비 절차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수용한다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했다고 원고의 대리인이 밝혔다.
고인이 생전에 문서 변조 경위를 기록한 이른바 '아카기 파일'에는 상사였던 사가와가 공문서 변조를 지시한 정황이 담겨 있었으며 이번 재판은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시도였다.

원고 측은 일본 정부로부터 갑작스러운 대응에 관해 미리 연락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주장하던 일본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에 대해 유족은 진실을 덮기 위한 전략인 것 같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마사코 씨는 이날 오사카(大阪)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 것 같은 기분이다.
진실을 알고 싶어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런 형태로 끝나버리다니 원통하기 그지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원고의 소송대리인은 "사실을 해명하는 소송이었는데 비공개 협의에서 소송을 끝내버리고 말았다.
국가가 감추고 싶은 사실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일본 정부는 아카기 씨가 "재무성 이재국장으로부터 (받은) 결재 문서 변조 지시 대응을 포함해 모리토모학원 안건에 관한 정보 공개 청구 대응 등 여러 업무로 매우 바빴으며 정신 및 육체 면에서 과도한 부담이 이어진 것 때문에 정신 질환을 일으키고 자살한 것에 관해 국가배상법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밝혔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은 "직무에 힘쓰던 아카기 씨에게 다시 애도의 뜻을 표명한다.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이날 기자들을 만나서 언급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재판소(법원)의 소송 지휘에 따라 소송에 임해 왔다.
재무성이 손해 배상에 관해서 전면적으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고인에게 공문서 변조를 지시한 인물로 지목된 사가와 씨는 공무원 개인에게 배상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며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준비 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모리토모 학원 이사장과 친분이 있던 아베 당시 총리 부부가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일본 국회가 조사에 나섰다.

일본 정부가 아베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적 은폐를 시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2018년 3월 아카기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사코 씨는 '결재 문서를 고친 것은 전부 당시 상사의 지시'라는 남편의 유서를 공개하고 작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