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드라이버' 동승해 어린이보호구역·승하차 때는 수동 운전
이번 주부터 일반 시민 대상 운행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 앞.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운행'이라고 크게 쓰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주부터 상암 일대를 달릴 테크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의 자율주행차다.

차종은 기아 전기차 니로EV.
'무인' 자율주행차는 아니었다.

차에 올라타자 운전석에 앉은 '세이프티 드라이버'(safety driver)'가 핸들에 손을 올리고 도로로 진입했다.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승객과 동승하는 '세이프티 드라이버'는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거나 승객이 승하차할 때 수동으로 운전한다.

기술 고도화 전까지는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서 수동 운행을 기본으로 한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동승한 업체 관계자는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단순한 운전기사의 역할을 넘어 승객에게 닥친 응급상황이나 여러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서비스 코디네이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차량 스스로 운행을 시작하더니 2차로로 차선을 바꿨다.

자율주행차를 제어하는 인공지능(AI)이 차로 변은 인근의 운전면허연습장 차량이 자주 이용하는 데다 화물차가 정차하는 경우가 많아 운행에 용이하지 않다고 학습했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차량이 2차로로 달리는 것을 선호할 뿐 때에 따라 다른 차선을 타고 운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은 대체로 시속 30㎞ 내외를 유지하면서 상황에 맞춰 속도를 높이고 낮추길 반복했다.

횡단보도가 나오거나 회전 신호가 있으면 감속했고 해당 구간을 벗어나 직진할 때는 가속했다.

우회전할 때는 자동으로 핸들을 돌려 부드럽게 빠져나왔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다시 핸들을 잡자 버벅거림 없이 수동 운전 모드로 곧장 전환됐다.

주행 도중 버스나 다른 승용차가 앞으로 끼어들 때는 적당한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급감속 없이 안정적으로 운행했다.

양쪽 차선을 모니터링하며 주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차량과 보행자 등을 파악해 상대 차량이 빠르게 달려와 끼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기존 속도를 유지하지만, 천천히 들어올 것 같으면 미리 감속을 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는) 사람과 똑같다.

누가 갑자기 끼어들면 급브레이크를 밟듯이 위급한 상황에서 마찬가지로 대응한다"며 "너무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훈련된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진 노선을 도는 20여 분 동안 자율주행차는 실수 없이 매끄럽게 도로 위를 달려 하차 장소로 향했다.

포티투닷은 최근 서울시로부터 상암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에서 자율차를 운행할 수 있는 한정운수면허를 받았다.

현재 니로EV 3대를 운행하고 있으며 상암 일대 5.3㎞ 구간 5개 정류장을 돌며 승객을 실어나른다.

정류장은 서울 마포구 한샘사옥과 에스플렉스센터, 서부 운전면허 시험장, 상암 월드컵아파트 7단지, 상암중학교다.

일반 시내버스와 함께 정류장 표지를 공유한다.

포티투닷은 운송플랫폼사업자 허가도 받아 자율주행차를 호출하는 데 이용되는 애플리케이션 'TAP!'(탭)도 운영한다.

앱을 다운받아 자율주행차를 호출하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차를 배차해준다.

업체 측은 이번 주부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로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면서 의견을 듣고 보완 과정을 거친 뒤 내년 1월 중 유료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용 요금은 2천∼3천원 수준으로 책정된다.

최형욱 포티투닷 CSO(최고전략책임자)는 "시행 초기 관심이 몰려 배차가 원활하지 않거나, 자율차가 생소해 답답하거나 불안함을 느낄 수도 있다"며 향후 기술과 서비스 발전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또 "진정한 자율주행이 실현되면 차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도로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