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이름 적힌 포스터 훼손했다며 수백명 몰려와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에 분노한 이슬람 신자들이 폭도로 돌변해 외국인을 집단 폭행하고 불태워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4일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전날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남동쪽으로 200㎞ 떨어진 시알콧의 스포츠용품 공장 근로자와 주민 등 무슬림 남성 수백 명이 집단 난동을 일으켰다.

이들은 스포츠용품 공장 관리자인 스리랑카인 프리얀타 쿠마라가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의 이름이 적힌 포스터를 훼손해 신성모독죄를 저질렀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SNS에 공개된 여러 개의 동영상을 보면 폭도들은 쿠마라를 공장 밖으로 끌어내 마구 때린 뒤 몸에 불을 붙였다.

가해자들은 불타는 시신 앞에서 "신성모독"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셀카를 찍는 등 자신들의 얼굴을 숨기지 않았다.

경찰은 현장에서 50여명을 체포했고, 총 100여명이 직접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임란 칸 총리는 "스리랑카인 관리자를 산 채로 불태운 끔찍한 사건으로 파키스탄 수치의 날이 됐다"며 "철저히 수사해 모든 책임자가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은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파키스탄은 인구 2억2천만명 가운데 97%가 무슬림이고, 국교가 이슬람교이다.

신성모독 죄가 유죄로 인정되면 사형이나 종신형이 선고된다.

하지만, 유죄 판결을 받기도 전에 성난 주민들이 신성모독 피의자를 총살, 집단 구타해 죽이거나 산채로 불에 태워 죽이는 일이 빈번하다.

올해 5월에는 이슬라마바드 외곽 모스크에 돌을 던지고, 이슬람교 성인들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찢은 피의자가 신성 모독죄로 체포되자 주민 수백 명이 경찰서로 몰려와 "직접 참수하겠다"며 돌을 던지는 등 난동을 부렸다.

또, 작년 10월 프랑스 역사 교사가 무함마드 풍자만화를 주제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수업을 진행했다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청년에게 살해된 사건 이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슬람이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하자 파키스탄에서 반(反)프랑스 과격시위가 계속됐다.

결국 파키스탄 정부는 '더 큰 국익을 위한 조치'라며 반프랑스 시위를 주도한 이슬람 극우 조직 테흐리크-에-라바이크 파키스탄(TLP)을 지난달 합법화하고, 해당 조직 최고 지도자를 석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