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들이 서로를 부르는 공식 호칭은 ‘프로’와 ‘님’이다. 하지만 ‘과장’ ‘차장’ 같은 기존 직급을 섞어 쓰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전통적인 직급 호칭이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임원이 아닌 직원을 구분하는 직급 자체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직급단계를 기존 7단계(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에서 4단계(CL1~CL4)로 단순화하고 임직원 간 호칭을 ‘프로’ ‘님’ 등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팀장, 그룹장, 임원 등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직책을 부르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 같은 호칭 시스템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처음 보는 옆 부서 동료를 만날 때 사내망으로 직책을 검색한 뒤 ‘CL4’면 ‘부장님’, ‘CL3’면 ‘차장님’이라고 부르는 일이 많았다. 영업과 마케팅처럼 외부 미팅이 잦은 부서일수록 전통적인 호칭을 썼다. 회사 관계자는 “건방지게 보일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다른 팀 선배를 ‘프로’로 부르는 것을 꺼리는 직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인사제도 개편 후에는 ‘프로’나 ‘님’ 이외의 대안이 사라진다. 사내망으로 동료를 검색해도 CL 등급이 나오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상대를 ‘프로’나 ‘님’으로 부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삼성의 전자 계열사 사이에선 이미 ‘프로’라는 호칭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삼성전기는 사내망을 뒤져도 직원들의 CL 등급이 검색되지 않는다. 삼성SDS도 마찬가지다. 다만 일부 부서에 ‘시니어 프로페셔널(차장급)’ ‘프린시플 프로페셔널(부장급)’ 같은 내부 직급이 남아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