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여의도 쌍둥이 빌딩 모습 전경. 사진=연합뉴스
LG 여의도 쌍둥이 빌딩 모습 전경. 사진=연합뉴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LG가 GM의 전기차 화재 배터리를 리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양측의 리콜 비용 예상액이 9000억원 이상 차이가 나 주목된다.

GM은 12일(현지시간) 전기차 '볼트' 리콜 비용과 관련해 LG 측이 배상금을 상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리콜 비용의 정확한 분담 비율이나 액수 등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발표문에서 "(LG와의 합의에 따라) GM은 리콜과 관련된 비용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 중 19억달러를 3분기 실적에서 환입하게 될 것"이라고만 했다.

반면 LG는 전날 공시를 통해 LG전자LG화학의 GM 볼트 리콜 부담 비용은 7000억원씩 총 1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밝힌 리콜 예상 비용 차이가 나타난 것.

당초 GM이 예상했던 총 리콜 규모는 20억달러다. 지난 7월 1차 리콜과 관련해 약 9억달러, 8월 2차 리콜에선 약 11억달러의 비용을 산정했다. 그러나 이는 당시 잠정적으로 결정한 금액으로, LG와의 합동 실사 등을 거쳐 최종 산출한 비용은 1조원대 중후반으로 알려졌다.

GM이 발표문에 언급한 '리콜과 관련된 비용 20억달러 중 19억달러를 3분기 실적에 환입한다'는 내용은 19억달러를 LG 측이 부담한다는 뜻이 아니라 GM이 리콜 비용으로 예상해 미리 쌓아뒀던 충당금 20억달러 중 19억달러를 회계상으로 거둬들인다는 뜻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충당금은 향후 발생 가능한 비용을 회사가 합리적으로 추정해 미리 설정하는 것이므로 회사별 설정액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LG는 GM과의 리콜 합의에 따라 구형 배터리는 전체를, 신형 배터리는 선별적으로 교체한다는 기준으로 비용 1조4256억원을 추산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GM은 LG와의 리콜 합의 전 설정한 조건을 기준으로 비용을 예상해 충당금(20억달러)을 설정했고, LG와 합의한 분담비율(비공개) 대로 이번 3분기 실적에서 환입한 액수가 19억달러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리콜 비용의 95%를 LG가 떠안게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현대차 코나 리콜 비용은 LG화학과 현대차가 7대 3의 비율로 분담했다. LG가 생산한 배터리 셀을 현대차가 모듈로 만들어 탑재한 코나와 달리, GM 볼트에 쓰인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셀을 LG전자가 모듈로 만든 제품이다. 볼트는 배터리 공정 과정 대부분이 LG 측에서 진행됐다.

LG 측은 전날 LG전자와 LG화학이 부담할 비용은 7000억원씩 총 1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와 3분기에 충당금으로 각각 2346억원과 4800억원을, LG화학은 910억원과 620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았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GM 전기차 화재 관련 충당금은 LG전자가 7146억원, LG화학은 7110억원으로 총 1조4256억원을 쌓게 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