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크 큐커가 말했다 "고기를 뒤집어주세요"
어느 셰프를 인터뷰하다가 전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갈비 레시피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각종 과일과 채소를 넣고 푹 끓인 간장을 하루 동안 식혀낸 뒤 숙성시켜 고기를 재우는 등 복잡했다. 갈비 만드는데 장장 이틀이 걸릴 정도였다. 집에 오면 햇볕에 널린 오징어마냥 늘어져있는 내게는 불가능한 조리법이었다.

'특급 레시피'가 아니더라도 명절 음식은 손이 많이 간다. 먹을 때야 맛있지만 요리할 때는 중노동이다. 고된 가사노동으로 인한 부부싸움에 대한 기사는 매년 명절 단골 레퍼토리다. 댓글란에서는 "누구는 전을 부치는데 누구는 TV를 보느냐"고 싸움이 난다. 보기만 해도 지치는 풍경이다.
비스포크 큐커가 말했다 "고기를 뒤집어주세요"
지난달 구입한 삼성 비스포크 큐커가 떠오른 건 그 때문이었다. 가능한 요리시간을 줄여 남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싶었다. 이번 명절 음식은 요즘 우리집의 야식메뉴를 담당하고 있는 큐커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큐커는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 밀키트는 이마트와 마켓컬리 및 식품사 공식몰에서 구매했다. 메뉴는 갈비 3종(소갈비찜, LA갈비, 참떡갈비), 오색꼬지전·고기완자전·동태전으로 구성된 모듬전, 송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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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ON에서 출시한 큐커용 참떡갈비부터 조리하기로 했다. (제일 쉬워보였다.) 삼성 스마트싱스 앱에 있는 스마트 쿠킹 메뉴에 들어가 포장지에 있는 바코드를 인식시키면 제품명이 뜬다. 확인을 누르면 레시피가 스마트폰에서 큐커로 보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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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내장된 플레이트에 음식물을 올리고 문을 닫은 뒤 다이얼을 누르면 사람이 할 일은 끝이다. 나머지는 큐커의 몫이다. 조리시간은 12분이라고 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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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분 동안 유튜브 영상도 보고, 가족들과 대화도 하다보니 떡갈비 3인분의 조리가 끝났다. 다음은 소갈비 찜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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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난이도가 조금 올라간다. 큐커용 밀키트가 아니어서 무려 직접 다이얼로 기능과 시간을 선택해야 한다.

나는 소갈비찜을 용기에 담은 뒤 전자레인지 모드로 15분 돌리다가 7분이 남았을 때 송편도 넣고 같이 돌렸다. 일석 이조였다. 다음은 LA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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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트에 고기를 올린 뒤 그릴 기능으로 15분 구웠다. 8분이 지났을 때 한 번 열어서 고기를 뒤집었다.

마지막은 명절 음식 중 가장 극악의 노동강도를 자랑한다는 모듬전의 순서다. 원래대로면 기름이 여기저기 튀는 가운데 허리를 두드려가며 하나 하나 손으로 뒤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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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트에 모듬전 밀키트를 올린 뒤 에어프라이어 기능으로 190도에 10분 돌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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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꼬지전과 고기완자전, 동태전도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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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차리는 데 총 52분이 걸렸다. (떡갈비 12분, 소갈비찜과 송편 15분, LA갈비 15분, 모듬전 10분) 배달 앱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집에 도착하는 데 걸릴 만한 시간이다.

그 중 실제로 사람의 힘이 들어간 시간은 봉지를 뜯어 플레이트에 음식물을 올리고, 완성된 음식은 접시에 담는 데 소요한 5분 정도였다.
비스포크 큐커가 말했다 "고기를 뒤집어주세요"
내친 김에 트러플 벌집 삼겹 스테이크도 만들어봤다. 큐커용 밀키트여서 스마트싱스 앱에 바코드만 인식시키면 큐커가 알아서 조리해준다.
비스포크 큐커가 말했다 "고기를 뒤집어주세요"
큐커가 뒤집으라고 할 때 고기를 뒤집으면 된다.
비스포크 큐커가 말했다 "고기를 뒤집어주세요"


완성된 모습. 표면이 바삭하게 잘 익었다.

삼성 비스포크 큐커의 장점은 명확하다. 사용법이 직관적이어서 요리가 쉬워진다. 쉬울 뿐 아니라 맛도 있다. 똑같은 송편을 큐커에 돌렸을 때와 일반 전자레인지에 돌렸을 때 맛이 달랐다. 큐커 쪽이 좀더 쫀득하고 촉촉했다.

한 번에 여러가지 음식을 조리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른 조리기기와 다르다. 스테이크를 구우면서 소스를 동시에 만들고, 즉석밥을 돌리면서 곁들일 음식을 같이 요리하는 게 가능하다.

전용 플레이트도 만족스러웠다. 열 전도율이 높아 특히 고기를 조리할 때 빛을 발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플레이트 세척도 쉽다. 스펀지로 부드럽게 닦으면 웬만한 오염이 제거된다.

반면 단점도 있었다. 전자레인지 기능 최대 출력이 700W여서 일반 전자레인지보다 낮다. 이 때문에 전자레인지용 음식을 조리할 때는 시간을 조금 더 길게 설정해야 한다.

또, 토스터 기능이 기대보다 약하다. 에어프라이어 모드로 생지를 구울 때는 만족스럽지만 토스터로 이미 구워진 빵을 데울 때는 촉촉함이 덜했다.

가전의 역사는 인류가 가사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과정이었다. 소비자들이 가능한 가사에 힘들이지 않는 게 가전 회사들의 목표일 것이다. 이번 명절에는 모두가 되도록 적게 일하고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