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의 소비 의지에 반하는 투자를 하지 말라.”

지난 23일 모건스탠리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의 첫 구절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정부가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재량소비재 관련 기업들이 호황을 누렸다. 재량소비재는 필수소비재와 상반된 개념이다. 꼭 필요한 제품은 아니지만 자금 여유가 있을 때 사고 싶은 소비재를 의미한다. 의류, 엔터테인먼트, 자동차, 레저용품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소비자들은 재택근무와 언택트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PC, 가전, 자동차, 의류 등을 사들였다. 낮은 금리와 정부 보조금이 이런 소비를 뒷받침했다. 관련 기업의 실적은 고공행진했다.

문제는 경기부양 정책을 끝낼 시점이 다가오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다. 각종 보조금의 효력이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가 급락한 것에 주목했다. 이달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가 70.2로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며칠 뒤 7월 소매판매 지표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소비자들이 더 이상 재량소비재를 구매할 여력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는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전망 하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PC, 스마트폰, 가전, 완성차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줄어들면 이들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모건스탠리의 판단이다.

반론도 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부장은 “국내 D램 관련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주가 전망을 집중 하향한 상황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완성품 업체의 주가는 견고하다는 점에서 의문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19에도 글로벌 ‘큰손’ 역할을 했던 중국 소비자들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연일 새로운 규제를 내놓으면서 “공산당의 규제에 반하는 투자를 하지 말라”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강조하면서 글로벌 명품업계까지 긴장하고 있다. 자산가들과 기업이 가진 부를 나눠 빈부격차를 줄이고 중산층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고소득층과 자산가들이 씀씀이를 줄일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와 케링, 에르메스, 리치몬트 등 유럽 4대 럭셔리 업체의 시가총액이 18~19일 이틀간 600억유로(약 83조원) 증발했다. 이후에도 소폭 반등했다가 다시 하락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