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 공동 19위로 마쳐…5ｍ65 시도하던 중 허벅지 통증

특별취재단 = 진민섭(29·충주시청)이 5ｍ65의 벽에 막혀 꿈꾸던 올림픽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진민섭은 31일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장대높이뛰기 예선에서 상위 12위 안에 들지 못해 결선행 티켓을 놓쳤다.

이날 진민섭은 5ｍ30와 5ｍ50을 1차 시기에서 가뿐하게 넘었다.

그러나 5ｍ65의 벽에 막혔다.

5ｍ65 1차 시기에서 실패한 뒤, 진민섭은 오른쪽 종아리를 여러 차례 만졌다.

2차 시기에서는 허벅지로 바를 건드렸고, 3차 시기에서는 통증이 커져서 도약을 시도하지도 못했다.

진민섭은 "1차 시기를 할 때 갑자기 종아리에 묵직한 느낌이 왔고, 3차 시기 때는 아예 제대로 뛸 수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진민섭의 기록은 5ｍ50으로, 경기에 출전한 30명 중 공동 19위였다.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장대높이뛰기는 예선에 출전한 30명 중 상위 12위 안에 들거나, 5ｍ80을 넘으면 결선에 오른다.

이날 5ｍ65를 1차 시기에 뛴 공동 12위가 3명 나와, 총 14명이 결선행 티켓을 얻었다.

진민섭은 "5ｍ75까지는 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라며 "첫 올림픽이 이렇게 끝나 정말 아쉽다"고 했다.

진민섭은 2020년 3월 1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서 열린 뱅크타운 장대높이뛰기대회에서 '빌린 장대'로 5ｍ80을 날아올랐다.

5ｍ80은 도쿄올림픽 기준 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이었다.

특별한 사연도 있었다.

호주 전지 훈련을 위해 출국할 때 시드니 공항 수하물 처리 규정문제로 5ｍ20 짜리 장대를 비행기에 실을 수 없었고, 호주에 도착한 뒤 김도균 코치의 인맥과 노력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티브 후커(호주)의 장대를 빌렸다.

손에 잘 익지도 않은 오래된 장대로 5ｍ80을 뛴 진민섭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재복 이후 33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른 한국 장대높이뛰기 선수가 됐다.

기준 기록을 통과하며 장대높이뛰기 올림픽 본선에 나선 건, 진민섭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한국 장대높이뛰기 사상 첫 결선 무대에 서려는 꿈은 종아리 통증 탓에 물거품이 됐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남자 육상 선수 중 가장 주목받는 '젊은 황제' 아먼드 듀플랜티스(22·스웨덴)는 5ｍ75를 뛰어 무난하게 결선에 진출했다.

듀플랜티스는 5ｍ50 1차 시기에 실패했지만, 2차 시기에서 5ｍ50을 넘었다.

5ｍ65와 5ｍ75는 모두 1차 시기에 성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