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 100m 이내 접근 금지, CCTV 설치, 순찰 강화 모두 허사

제주에서 중학생이 어머니의 전 연인에게 살해된 사건은 여러 신변보호 조치가 이뤄지고 피의자가 가정폭력으로 입건까지 된 상태에서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피의자 A(48)씨가 과거 동거하는 등 사실혼 관계 연인이었던 B씨와의 관계가 틀어지자 앙심을 품고 B씨의 아들인 C(16)군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해자의 어머니 B씨는 이달 초 경찰에 A씨를 가정폭력으로 신고했다.

B씨는 경찰에 'A씨에게 폭행당했고 앞으로도 위협이 있을 것 같다'며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A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했으며 A씨에 대해 주거지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의 긴급 임시조치를 했다.

또한 B씨를 신변 보호 대상자로 등록하고, 지난 8일 B씨와 C군이 사는 주택 뒤편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출입문 쪽에도 추가로 CCTV를 달았다.

이들 CCTV는 모두 녹화용으로, 신변 보호 대상자가 영상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경찰 등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CCTV가 있으면 영상이 녹화되는 것은 물론 범죄 예방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신변 보호 대상자의 주거지 등에 설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경찰은 피해자 주거지 주변 순찰을 강화, 지난 3일부터 범행 당일인 18일까지 주야간 각 1회씩 총 32회 순찰을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신변 보호 요청 후 여러 조치가 이뤄졌으나 정작 범행을 막는 효과는 내지 못했다.

다만 CCTV에 녹화된 영상을 용의자 행적 파악과 검거에 활용할 수는 있었다.

또한 B씨와 C군은 신변 보호 대상자에게 제공되는 스마트워치를 받지 못했다.

스마트워치는 버튼을 누르면 즉시 112신고가 되고 자동 위치추적을 통해 신변 보호자가 있는 곳으로 순찰차가 신속히 출동하도록 하는 손목시계 형태 전자기기다.

이에 대해 경찰은 "동부서가 총 14대를 보유 중인데, B씨가 신변 보호 요청을 했을 당시에는 재고가 없어서 지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신 B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112신고 시스템에 등록해 신고가 들어오면 긴급대응하도록 조치했으며, 살인 사건 발생 후 B씨와 B씨의 오빠 요청으로 총 3대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A씨와 그의 지인 D(46)씨는 지난 18일 오후 3시 16분께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 침입해 이 집에 사는 B군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긴급체포됐다.

범행 후 달아난 A씨는 신고 20시간여 만인 19일 오후 7시 26분께 제주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경찰에 붙잡혔으며, D씨는 이보다 앞서 같은 날 0시 40분께 거주지에서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혐의를 인정했으나, D씨는 직접 살해에 가담하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경찰은 이들이 주택에 침입한 정황이나 현장 상황 등을 토대로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중 피의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며, 이들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