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는 98%의 정확도를 가진 수요예측 AI를 자랑한다. 사진은 유럽의 한 이케아 창고
이케아는 98%의 정확도를 가진 수요예측 AI를 자랑한다. 사진은 유럽의 한 이케아 창고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를 창업한 잉바르 캄프라드는 성냥을 방문판매하면서 사업 감각을 익혔습니다. 그는 이후 방문 판매보다 통신 판매가 대세인 것을 느끼고 이케아를 창업했습니다. 온갖 잡화를 취급하다 가구에 눈을 돌린 것은 1950년께였습니다. 이때 그가 먼저 만든 게 카탈로그였습니다. 통신 판매 형태의 상품 카탈로그와 가구 전시장의 결합이 그의 비즈니스 모델이었습니다. 이케아의 상품 카탈로그는 매우 강력한 마케팅 도구였습니다. 32개 언어로 인쇄된 카탈로그는 성경보다 3배 많은 2억 부가 매년 배포됐습니다. 하지만 이케아는 지난해 이런 70년 전통의 카탈로그를 과감히 버렸습니다. 물론 비용 때문은 아닙니다. 지난 20년 동안 웹 쇼핑이 늘어나면서 이케아는 카탈로그를 사용하는 사람이 줄어든 걸 발견한 겁니다. 이케아는 지금 아이콘인 카탈로그를 없앨 만큼 기업 경영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AI가 있습니다.

이케아 AI에서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건 증강현실(AR)앱입니다.이케아는 2018년부터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AR 앱인 '이케아 플레이스'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가상으로 원하는 장소에 가구를 배치해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구를 배치할 공간에 카메라를 비추면, 가구 크기가 계산돼 실제 비율에 맞도록 조절되는 기능이 있습니다. 기존 가구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이케아 관련 제품 목록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반품된 물품을 다시 판매할지 아니면 할인 판매할지 등을 구분하는 AI도 구축했습니다. 이케아는 옵토로사와 협력해 반품을 수거하고 이를 물류창고에 보관하면서 벌크닷컴 등 자체 쇼핑몰에서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케아 자랑 '카탈로그' 중단 … 디지털 기업으로 통째 변신 모색

하지만 이케아 AI팀이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도구는 수요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솔루션입니다. 54개 국 450개 이케아 매장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수요를 예측하는 '수요감지 AI(Demand Sensing AI)'입니다. 예측이 부정확하면 이케아 매장의 제품 수가 충분하지 않아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재고가 초과할 수 있습니다. 이케아는 이를 위해 제품마다 최대 200개의 데이터 소스를 발굴합니다. 고객들이 급여를 받는 시기, 축제 이벤트, 날씨, 가족 구성 등 온갖 데이터를 모아 판매 수요와 연결짓습니다.
이케아는 과거에는 이 예측 정확성이 92%였지만, 수요감지 AI를 적용하고 난 뒤에는 예측 정확도가 98%로 올라갔다고 자랑합니다. 기존 예측 도구를 사용하면 수요 예측이 글로벌 수준에서 시작됩니다. 다음으로 지역 국가와 매장으로 세분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 고객이 먼저입니다. 한 지역의 수요가 올라가면 반드시 글로벌 단위에 영향을 미칩니다. 미세한 변화가 거대한 폭풍을 일으키는 나비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미세 분야에서 거시적으로 수요 예측이 가능한 건 물론 AI 덕분입니다.
소위 ‘초기 조건의 민감성’을 포착할 만큼 세세한 대목까지 AI는 변수로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새 AI는 일일 기준 최대 4개월까지 수요 예측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 행동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정확한 예측은 이케아 매장이 적절한 시간에 관련 정보를 받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직원들이 굳이 물류 공급망에 관여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오류도 감소합니다. 회사는 그만큼 비용을 절감하고 물류를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암묵적 지식·일시 정보 체계화 …'기업기억'AI 구축

AI의 다음 단계는 수요에 따른 공급 조절만이 아니라 신제품 기획도 예측하고 경영에도 도움을 받는 일입니다. 이케아는 당장 기업이 직면한 문제와 해결방법을 기록하는 '기업 기억(Corporate Memory)'을 체계화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케아는 기업들이 항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면 그 과정이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합니다. 기업 기억은 회사 직원들의 암묵적 지식과 일시적인 기업정보, 그리고 문서로 만들어진 공식 기업 자료로 나뉩니다. 암묵적 지식은 직원들의 기억 속에 있으며 일시적 기업정보는 텍스트나 댓글에 있는 메시지로 남겨집니다. 기업 문제를 해결할 때의 암묵적 지식과 일시적 정보는 기록되지 않고 사라지는 게 많습니다.
이케아는 문제를 발견한 뒤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기업 기억을 자동화하고 체계화하는 일에 관심을 둡니다. 이런 것이 쌓이면 AI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기업 메모리를 위한 청사진을 구축하는 방법이 완성되면 조직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이케아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춘호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