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에 절어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들을 꺼내오기가 쉽지 않지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상 주차장에는 성인 남성 키만 한 쓰레기 산이 생겼다.
폐기물 처리 업체 관계자 A씨는 장화를 신은 채 쓰레기 더미를 바라보며 아픈 허리를 연신 쓰다듬었다.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 위치한 은마아파트에는 지난 40년간 약 2천300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양의 쓰레기가 각 동 지하실에 쌓여왔다.
냉장고와 책상, 장롱, 소파 이불 등 이사 가는 입주민이 버린 폐기물이 하나둘 지하실로 옮겨져 온 탓이다.
폐기물 처리 작업이 아직 진행되지 않은 지하실에 들어서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희뿌연 먼지를 뒤집어쓴 생활 집기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고, 어두컴컴한 바닥에는 폐수가 흘렀다.

이 업체 작업자들은 매일 오전 7시 2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지하실 청소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들인데, 고된 작업 탓에 중간에 도망가 버리는 이들도 벌써 여럿 나왔다고 한다.
은마아파트에서는 쓰레기 처리 책임을 놓고 여러 해 동안 주민들 간 입장 차이가 있었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세입자가 많은 아파트 특성상 쓰레기 처리 비용을 부담하고 싶지 않은 주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마다 심해지는 악취, 갈수록 높아지는 폐기물 처리 비용 등에 결국 동대표 과반수의 동의로 지난달 29일 폐기물 처리 작업이 시작됐다.
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폐기물 처리 비용은 3억 5천만원에 달하며, 아파트 측이 부담하게 된다.
지하에서 나온 쓰레기들은 지상 주차장으로 옮겨져 분류작업을 거쳤다.
재활용이 가능한 목재가구를 분리하고, 일반 쓰레기는 압축 과정을 거쳐 트럭에 실려 폐기물 처리장으로 옮겨진다.
폐기물 처리작업을 마친 지하실은 부쩍 말끔해진 모습이었다.
다음 달 10일까지 남은 20여개 동 지하실 청소작업을 더 마쳐야 한다.
멀리서 쓰레기 더미를 지켜보던 주민 이모(45)씨는 "이렇게 쓰레기가 많이 쌓인 줄 몰랐다"며 "어렵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게 돼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