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로변경 지점 잘못 입력한 선장에 징역형 집유 선고
암초 위치를 알고도 항로변경 지점을 GPS 플로터(간이 전자해도 표시장치)에 잘못 입력해 서태평양 망망대해에서 1천t급 원양어선을 침몰하게 한 선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선박매몰과 해양환경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0)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고 4일 밝혔다.

참치잡이 원양어선 림 디스커버러호(1천16t·승선원 24명) 선장이었던 A씨는 지난해 3월 19일 해도를 이용해 조업지인 파푸아뉴기니 해역까지 이동하는 항로를 작도했다.

A씨는 서태평양 파푸아뉴기니 북쪽 해역인 비스마르크해에 있는 수중 암초 표시를 확인한 뒤 암초를 피해 항해하고자 암초 남방 약 5마일 해점을 변침점으로 설정해 지도를 그렸다.

그러나 해도에 작도한 목적지와 변침점을 항해 보조장비인 플로터 GPS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변침점을 암초로 향하는 해점으로 잘못 입력해 항로를 설정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를 새카맣게 모른 채 어선은 20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출항했고, A씨는 이튿날 일등 항해사에게 당직을 넘겨주면서 주요 변침점과 도착 예정 시간을 설명하지 않았다.

결국 암초로 향한 어선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암초와 충돌하면서 침몰했다.

다행히 침몰 당시 승선원 전원이 구명보트에 탑승하면서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침몰로 인해 적재돼있던 윤활유 280㎘와 연료유 약 5천ℓ가 바다에 유출됐다.

박 판사는 "피고인의 과실이 상당히 크고 그 결과가 중하다"며 "다만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과 사고 직후 적극적으로 구조조치를 해 사망자나 큰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 점, 선박이 보험에 가입돼있는 점,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