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 선정
"도량형의 제도를 똑같이 규제하는 것은 나라에서 먼저 힘써야 할 일인데, 경중(輕重)과 대소(大小)가 균등하지 못한 바가 있습니다.

낙인이 없는 도량형은 일체 방금(防禁, 못 하게 막아서 금함)하게 하소서."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숙종 41년(1715) 9월 사헌부가 이렇게 아뢨다.

길이·무게 등의 단위를 재는 법인 도량형으로 인한 폐단은 숙종 때만 존재하지 않았다.

정확하고 통일된 도량형 사용은 조선 초기부터 줄곧 중요한 국정 과제였다.

국립고궁박물관이 30일 공개한 '7월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은 조선시대 후기에 도량형 기준을 새롭게 정비하면서 만든 '사각유척'(四角鍮尺)이다.

유척은 구리로 만든 자를 뜻한다.

조선 영조 16년(1740)에 만든 사각유척은 길이 24.6㎝, 두께 1.2㎝, 폭 1.5㎝, 무게 363g이다.

숙종 시기부터 과학기구와 석물 조각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한 최천약이 고안했다고 전한다.

사각유척의 특징은 5가지 척도를 잴 수 있는 '만능 자'였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악기를 제작하는 기준이 되는 황종척, 제사 도구를 만드는 기준인 예기척, 과학 측량기구나 관측기구 제작에 쓰이는 주척, 건축과 토지 측량에 사용되는 영조척, 옷감 길이를 잴 때 기준인 포백척 척도가 자에 새겨져 있었다.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조선 후기에 암행어사는 마패와 함께 사각유척을 들고 다니며 지방 관리의 부정과 잘못을 감찰했다고 한다"며 "현존하는 사각유척은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이 유일하다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