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 충원 없어 업무부담 늘어…보이스피싱 전담부서 마련 필요"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총력 대응하기 위해 강력계 형사를 투입해 효과를 보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17일부터 기존 수사과 지능팀에서 전담하던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수사에 형사과 강력계를 투입했다.

현금을 직접 전달하는 대면편취형 범죄가 크게 늘면서 범인 추적에 능숙한 강력계 형사들을 투입한 것이다.

그 결과 강력계 형사들은 한 달여 만에 피해자에게 돈을 받아 가는 보이스피싱범 23명을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

뚜렷한 성과에도 일선 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해마다 범죄 발생 등 치안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인원 충원 없이 업무 부담을 크게 늘렸다는 게 형사들의 이야기다.

한 베테랑 형사는 "절도범을 신속하게 검거해야 절도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데, 보이스피싱 신고가 들어오면 모든 업무를 놓고 근무 중이던 팀이 전원 출동해야 한다"며 "절도 신고 CCTV를 볼 시간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도내 강력범죄 발생 건수는 2017년 712건에서 2019년 846건으로, 절도 범죄는 5천438건에서 5천818건으로 각각 늘었다.

여기에 품이 많이 드는 보이스피싱 범인 검거까지 떠맡으면서 시급한 강력범죄 수사에 자칫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내 한 경찰서 소속 간부는 "보이스피싱은 중간책이나 총책 검거도 중요한데 현재는 수사 여건상 수거책 잡는 데에 몰두하고 있다"며 "이러다간 강력 사건도, 보이스피싱 사건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근절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사들은 "수법이 고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팀 신설과 인원 충원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처럼 전북경찰청 내 전화금융사기팀과 일선 경찰서의 수사과, 형사과가 각각 업무를 나눠 맡는 방식이면 촘촘한 수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력계 한 간부급 경찰관은 "이런 식으로 나뉘어서 돌아가면 보이스피싱 수사에 혼란이 생기고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보이스피싱은 피해자 대부분이 서민이고 피해 액수가 큰 만큼 검거와 여죄 및 총책 수사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전담 부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