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 면담 직후…수사심의위, '2차 가해' 준위·상사 기소 권고
징계 회부만 하려던 20비 군사경찰대대장도 형사입건 의견
성추행을 당한 공군 이모 중사가 사건 발생 이튿날 직속 상관과 면담한 직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 검찰단은 전날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4차 회의에서 이 중사가 지난 3월 3일 제20전투비행단 직속상관인 노모 상사와 면담 직후 자신의 심경을 남긴 휴대전화 메모를 공개했다.

해당 메모에는 '조직이 날 버렸다.

내가 왜 가해자가 되는지 모르겠다.

더는 살 이유가 없다.

먼저 떠나게 돼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사는 같은 날 또 다른 직속상관인 노 준위와 면담 이후에는 '노 준위도 노 상사와 똑같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 A씨와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사는 3월 2일 선임 부사관인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이튿날 바로 보고했으나 회유와 압박 등 2차 피해 뒤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이 중사가 신고하지 않도록 회유하고 위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노 상사에 대해 특가법상 면담강요죄로 구속기소 의견을 의결하고,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특가법상 보복협박죄를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이 중사를 1년 전 강제추행하고 지난 3월 사건 발생 직후 신고를 하지 못하게 협박한 혐의를 받는 노 준위에 대해 군인등강제추행죄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 상 보복협박죄 등으로 구속기소하는 의견을 의결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위원회는 또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공군 20비행단에서 초동수사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수사결과를 보고받았다.

조사본부는 전날 20비행단 군사경찰대대 수사계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입건하고 군사경찰대대장과 공군본부에서 파견된 여성 수사관 등 2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하고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형사입건된 수사계장은 3월 5일 피해자 조사만 진행한 채 같은 달 8일 가해자 장 중사에 대한 '불구속 의견'이 담긴 인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중사에 대한 첫 조사가 같은 달 17일에 이뤄졌음을 감안할 때 가해자 조사를 하기도 전에 사실상 불구속 결정을 한 셈이다.

조사본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초 수사를 했던 20비행단 군사경찰에 대해 부실수사를 확인했으면서도 지난 24일까지 입건은 한 명도 하지 않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수사계장의 형사입건에 동의하면서, 징계회부하는 군사경찰대대장에 대해서도 직무유기로 형사입건하고 나머지 1명은 징계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전날까지 총 18명이던 이 사건 관련 피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족 측은 전날 이미 피의자 신분인 제15특수임무비행단의 대대장, 중대장과 함께 운영통제실장, 레이더정비반장을 추가로 고소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