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철 서울고검장이 24년여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하며 후배들에게 "전문역량을 강화하고 검찰권을 적정히 행사하라"고 당부했다.
조 고검장은 이날 서울고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무슨 일을 하든 충분한 역량이 뒷받침돼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말을 남겼다.
조 고검장은 "주가조작 사건을 금융조세조사부에서 수사하는 경우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담당 검사가 증권 수사 베테랑으로 최고의 전문가인 것을 바란다"며 "그런데 전문 부서가 검사마다 돌아가면서 한 번씩 거쳐 가는 자리가 돼 담당 검사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면 사건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재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의 형평성 못지않게 전문성이 중요하고, 개인뿐만 아니라 전체 조직 차원에서 전문 역량을 강화·발전시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고검장의 이런 발언은 최근 법무부가 추진 중인 조직 개편안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 고검장은 적정한 검찰권 행사를 강조했다.
그는 "검찰권 행사는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야 한다"며 "열정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과잉으로 변질돼서도 안 되고 절제라는 미덕이 부실로 변질돼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법 위반 소지가 있더라도 같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라면 과연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았으리란 기대 가능성이 있는지도 늘 고민해야 한다"며 "기계적·형식적인 처리가 아니라 합리적·균형 잡힌 처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조 고검장은 마지막으로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되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개성과 특장과 적성이 있다"며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자기 자신인 만큼 스스로 '너는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내면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검찰 업무는 다른 사람의 고민을 짊어지는 업무"라며 "스스로 아프고 힘들면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엄두가 안 난다.
스스로 즐겁고 여유가 있어야 주변도 살피고 베풀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고검장은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린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검찰 고위간부 중 처음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인 조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과 법무부 대변인, 대검 공안기획관, 법무부 기조실장 등 법무·검찰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