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부산, 바다와 뭍의 나들목' 특별전 개막
역사와 민속 알려주는 유물·자료 320여 점 선보여
왜관부터 자갈치까지…항도 부산의 과거와 현재를 보다
한반도 동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 서울보다 약간 넓은 770㎢에서 약 337만명이 살아간다.

부산은 지리적 위치 때문에 예부터 한반도의 관문 역할을 했다.

조선은 일본인들의 외교 행위와 교역을 허용한 왜관을 부산에 뒀고, 조선통신사는 부산을 떠나 쓰시마 섬을 거쳐 일본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부산은 항구도시 혹은 바다의 도시로 각인돼 있지만, 실제로 가보면 강과 평야는 물론 높은 산도 있다.

바다에 면해 오랫동안 각종 문물과 많은 사람이 드나들었으나, 주민들의 생활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로운 곳이 바로 부산이다.

해마다 광역지자체를 돌며 심도 있는 민속조사를 진행해 온 국립민속박물관이 부산 조사의 성과물을 선보이는 특별전 '부산, 바다와 뭍의 나들목'을 2일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했다.

'2021 부산 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부산시와 함께 마련한 전시에서는 여러 박물관에서 대여한 유물과 소장품, 연구를 통해 수집한 자료 등 320여 점을 선보인다.

왜관부터 자갈치까지…항도 부산의 과거와 현재를 보다
관람객에게 '당신이 잘 알지 못했던 부산'을 알려주고자 기획한 전시는 크게 2부로 나뉜다.

1부는 수많은 사람과 물자가 모였다가 흩어지는 도시였던 부산의 역사를 설명하고, 2부는 농경문화와 해양문화가 공존하는 부산의 풍속을 소개한다.

전시를 보며 부산의 역사와 관련해 기억해야 할 중요한 열쇳말은 임진왜란, 왜관, 조선통신사, 개항, 한국전쟁, 피란수도이다.

임진왜란은 1592년 왜군이 부산을 침략하면서 시작됐다.

대한해협을 건넌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가장 먼저 부산진성과 동래성을 공격했고, 동래부사 송상현이 이끈 군민은 패배했다.

전시에는 '동래진상'(東萊鎭上)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투구, 16세기 말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의 칼과 나무 활 등이 나왔다.

'조선통신사 행렬도'와 '동래부사 접왜사도'는 통신사와 왜관 모습을 기록한 그림이다.

행렬도에는 조선 사신은 물론 일본인 관리와 시동·악공(樂工) 등이 묘사됐고, 접왜사도에는 동래부사가 일본 사절단을 맞이하는 풍경이 상세하게 남아 있다.

근대에 개항이 이뤄지자 부산에는 더욱 많은 물산이 몰려들었다.

당시 상황은 개항장 해관(海關, 개항장에 설치한 세관)을 감독한 관청에서 일한 민건호의 일기 '해은일록'(海隱日錄)과 다양한 사진, 지도 등으로 알 수 있다.

한국전쟁 기간에 임시수도가 된 부산의 정서는 '이별의 부산정거장' 노래 가사 "한 많은 피란살이 설움도 많아, 그래도 잊지 못할 판잣집이여"로 유추가 가능하다.

목숨을 지키기 위해 부산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산비탈을 따라 빼곡하게 판잣집을 지었고, 영도다리는 전국에서 모여든 피란민들이 만나는 장소가 됐다.

전시장 한편에는 부산의 굴곡진 현대사를 상징하는 밀면 조리도구, 국제시장에서 팔던 통조림, 고무신, 프로스펙스 운동화, '돌아와요 부산항에' 수록 음반, 경부고속도로 8차선 확장 기념품, 미원 조미료통 등이 나왔다.

왜관부터 자갈치까지…항도 부산의 과거와 현재를 보다
2부에서는 부산 사람들도 생경하게 느껴질 법한 부산의 풍속을 다뤘다.

들판에서 하는 탈놀이인 '야류'(野遊), 수영 지역의 농사공동체인 농청에서 한 민속놀이, 수군과 어민이 함께 행한 '좌수영어방놀이', 마을 안녕과 풍어를 기원한 '동해안별신굿'과 관련된 유물을 감상하고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제주를 떠나온 해녀, 배에 낀 녹을 떼어내는 '깡깡이아지매', 자갈치 시장에서 일하는 '아지매' 등 고단함 속에서도 강인함을 유지해 온 부산 여성들의 삶을 각종 자료로 만나볼 수 있다.

김유선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부산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시각을 얻게 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30일까지. 이어 부산박물관에서 9월 14일부터 12월 5일까지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