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가 의심되는 6살 딸 아이의 발걸음…권우정 감독 연출

"엄마는 지후가 못하면 마음이 불안해."
엄마에게 강요된 죄책감에 던지는 질문…다큐멘터리 '까치발'
다큐멘터리 '까치발'은 발끝으로 서서 걷는 6살 딸 지후를 바라보는 권우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까치발이 뇌성마비 징후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엄마 우정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지후가 그린 그림은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고, 놀이터에서 뛰어놀 때도 또래들보다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불안감은 곧 두려움으로 바뀌고 병원을 찾지만, 원하는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지켜봐야겠지만 아이의 발달상태에 뒤처진 부분이 있다는 것.
우정은 지후가 평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여느 엄마들처럼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며 죄책감에 휩싸인다.

지후를 미숙아로 낳았기 때문인지, 까치발이나 다른 의심되는 증상을 더 빨리 알아차리지 못해서인지 모든 것이 자신의 탓 같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임신했을 때 콜라를 많이 먹은 것이 나쁜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후회하면서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일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죄책감으로 변해버린 책임감은 결국 아이와 가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정은 숫자를 제대로 세지 못하거나 한글을 똑바로 쓰지 못하는 지후에게 신경질적으로 윽박지르게 된다.

부부싸움도 점점 격해지고, 해맑게 웃던 아이의 얼굴에는 점점 웃음이 사라진다.

주눅이 든 지후는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엄마에게 강요된 죄책감에 던지는 질문…다큐멘터리 '까치발'
'까치발'은 완벽하지 않은 엄마 우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아이에게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엄마들의 모습을 헌신적인 사랑과 모성애로 미화하지 않고, 엄마라는 이름에 요구되는 당위에 질문을 던지며 공감을 산다.

권 감독은 최근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엄마는 결코 전문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가장 몰랐던 지점이기도 하다"며 "의사의 '늦어서 그렇다'는 말은 '네가 엄마인데 (이상 징후를) 놓쳤다'는 말이다.

엄마는 완벽할 수 없다.

그런데도 사회는 엄마에게 죄책감을 강요한다"고 말했다.

올해 10살이 된 지후는 여전히 까치발을 하지만,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했다.

지후의 행복은 엄마의 인정에 기반한다.

권 감독은 자신의 불안함의 근원을 어렸을 때 엄마와 자신의 관계에서 찾았다고 했다.

일 때문에 같이 살지 못한 아버지의 부재를 감추기 위해 자식들을 엄하게 키운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인정받으려 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서 지후를 봤다고 털어놨다.

"사회 안에서 사람과의 관계 맺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엄마한테 끊임없는 자랑스러운 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 것처럼, (엄마 우정은) 까치발이 해결되면 (지후가) 사랑받는 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얽매여왔던 관념들 그런걸 좀 더 덜어내고 '괜찮아'라고 이야기하는 게 중요한 지점이란 생각이 들어요.

"
다음 달 3일 개봉. 러닝타임 78분. 12세 이상 관람가.

엄마에게 강요된 죄책감에 던지는 질문…다큐멘터리 '까치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