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원주시 역사박물관은 최근 옛 원주칠공예 설립자인 박만희 대표의 딸 박정수(경기 고양시)씨가 일사 김봉룡 선생의 주칠 애기장 2점과 작품집 1점을 기증했다고 24일 밝혔다.

고 박만희 대표는 1953년 강원석유주식회사를 설립, 운영했으며 1957년에는 원주칠공예를 설립해 품질이 우수한 원주 옻을 채취하고 정제해 수출하는 등 원주 옻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특히, 1968년 1월 당시 인간문화재 제10호로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일사 김봉룡 선생을 원주칠공예의 공예부장으로 초빙해 원주가 칠공예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당시 원주는 일제 강점기 대량으로 심은 옻나무는 풍부했지만, 옻칠을 활용해 수준 높은 작품을 제작하는 장인이 없어 옻칠 생산지에 불과했다.

김봉룡 선생을 초빙하면서 통영에서 활동하던 심부길, 천상원 등 당대의 옻칠 공예 거장들이 원주로 함께 이주했다.

이어 국가무형문화재 제10호 이형만, 국내 최초로 기능이 단절된 채화칠 기능을 재현한 양유전이 원주에 정착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 박정수씨가 기증한 주칠 애기장은 1976년 박만희 대표가 딸 혼수품으로 일사 김봉룡 선생에게 의뢰해 제작된 명작이다.

높이 110cm, 폭 68cm의 애기장은 3단으로 나눠 수납공간을 구분하고 단마다 하나씩 모두 3개의 여닫이문을 달았다.

세 개의 문은 사각 테두리 안에 각각 한 쌍의 용과 학, 사슴을 나전으로 장식했다.

바탕은 주칠(붉은색 옻칠)이며, 두 개의 농이 세트를 이루고 있다.

작품집은 김봉룡 선생의 작품 중 명작만을 엄선해 1976년 동아일보사에서 출판한 책으로, 박정수씨가 고종사촌 방재승씨를 통해 기증했다.

원주시 역사박물관은 주칠 애기장과 일사 김봉룡 작품집을 더 많은 시민이 접할 수 있도록 25일부터 일사 김봉룡실에 전시한다.

한편 원주시 역사박물관은 2012년 일사 김봉룡 선생 유족으로부터 다양한 칠공예 재료와 도구를 비롯해 1925년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 장식 공예품 박람회 상장 등 일사 김봉룡 선생의 유품 3천300여 점을 기증받았다.

이후 근현대 한국 칠공예의 거장이자 일사 김봉룡 선생의 스승인 수곡 전성규 선생의 작품 다수를 수집해 국내 최고의 칠공예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