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두진건축사사무소 소장

초록색 페인트, 녹슨 운동기구. 10년 전만 해도 우리가 흔히들 아는 옥상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옥탑방이라면 평상이라도 있지만 쓸쓸한 공간이란 건 마찬가지다. 옥상을 꾸미는 것이 개인과 더불어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라 믿는 건축가가 있다. 황두진 황두진건축사사무소 소장(사진)이다.
황 소장은 오랫동안 ‘무지개떡 건축’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무지개떡 건축이란 하나의 건축물에 주택, 상가, 공용공간 등 복합시설을 다채롭게 갖추는 형식을 말한다. 기존 도심은 주택용지, 업무용지 등 구역을 나눠 개발했고, 개인은 일과 취미생활 등을 하기 위해 매번 움직여야 했다. 반면 무지개떡 건축은 한 공간에 다양한 시설을 혼합해 개인의 가용시간을 늘릴 수 있다.
황 소장은 옥상도 이런 맥락에서 건물에 꼭 필요한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옥상을 두고 야외 공간을 찾아 주말마다 교외로 향한다. 옥상을 텃밭을 가꾸거나 카페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먼 길을 떠날 필요 없이 넉넉한 야외 공간을 즐길 수 있다. 황 소장은 “옥상은 도심 어느 곳이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우리 사회가 가진 큰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옥상을 꾸미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서울 시내의 옥상 면적은 서울 전체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 공간을 활용하기 시작하면 서울 하늘에서 바라본 도심의 시멘트 바닥들이 점점 푸르게 채워질 것이다. 황 소장은 “옥상을 꾸미기 위해 화단을 가꾸고, 그늘을 만든다면 도시 전체의 온도는 낮아질 것”이라며 “옥상 활용은 도시를 푸르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황 소장은 국내에서도 옥상 공간을 활용하려는 흐름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삶의 여유를 찾게 된 사람들이 하나둘 야외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황 소장은 “2000년대 초반 경기 성남 정자동 카페거리가 유명해지면서 노천카페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이후 옥상 공간의 활용도 잦아졌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이런 흐름을 더욱 살리기 위한 옥상 설계 방법도 제시했다. 이를 ‘옥상마당’이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옥상에 실내 공간을 같이 마련해 옥상을 실내의 연장선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황 소장은 “옛날 한옥이 실내 공간과 마당이라는 야외 공간이 공존했던 것처럼 옥상에도 실내 공간을 마련해야 자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