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영장은 소도천을 따라 이어진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있었다.
지역주민의 피서지로 주목받던 이곳은 1989년 도립공원 지정, 1995년 민박촌 조성, 1997년 석탄박물관 개관 등 태백산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전국 캠핑 마니아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태백산야영장 인기가 높아지자 태백시는 축구장 넓이의 2배인 1만4천467㎡에 야영시설 38개, 화장실 1동, 음수대 1개소, 세족장, 건강 지압 보도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2011년 정식 개장을 했다.
소나무 숲 그늘, 시원한 날씨, 쾌적한 공기, 넓은 주차장, 가까운 도심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춘 태백산 야영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캠핑 붐에 여름내 빈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태백시는 2018년 3월 갑자기 태백산야영장의 관광사업을 폐업한 데 이어 2019년 9월에는 태백산야영장 운영조례도 폐지했다.
폐업 사유는 '국립공원 승격에 따른 부지 등 사용 목적 상실'이었다.
태백산은 2016년 8월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됐고, 야영장은 국립공원 구역에 포함됐다.
태백시는 관광사업 폐업에 앞서 2017년 초 야영장을 개·보수해 재개장하겠다며 야영하던 이용객들에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요청했다.
이에 당시 태백산야영장에는 천막 30∼40동이 있었다.
이들은 늦어도 같은 해 여름 전까지는 개·보수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태백시 설명을 믿고 인근으로 모두 천막을 이전했다.
그러나 이후 태백산야영장은 다시 열리지 않았고,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는 2020년 8월 방치 물건 제거 공고와 함께 태백산야영장을 폐쇄했다.
태백시 관계자는 "국립공원공단 측과 태백산야영장 활용 방안을 논의했으나, 사용료 등의 문제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태백산야영장 터는 강원도 재산이기 때문에 무상 사용이 가능한 태백시와는 달리 국립공원공단은 행정재산의 사용료를 강원도에 내야 한다.
지난 주말 둘러본 태백산야영장은 폐허와 다름없었다.
데크는 부서진 채 방치돼 있었고, 취사장까지 갖춘 현대식 이동화장실은 잠겨있었으며, 잡초가 무성한 야영장 터 곳곳에는 시설물 이용 중지 안내 표지판이 꽂혀 있었다.
태백산야영장을 자주 이용했던 한 주민은 3일 "태백산야영장은 규모는 작았지만, 환경은 최고로 평가받았다"며 "태백산야영장을 볼 때마다 이를 스스로 버린 태백시의 결정에 대해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태백시는 2022년 3월까지 총사업비 76여억원을 투입해 오토캠핑, 배낭여행, 다목적 광장, 물놀이장, 샤워실, 주차장 등을 갖춘 고원 힐링 캠핑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