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서예지)은 사고를 당한 뒤 병원에서 깨어나지만 모든 기억을 잃었다.

자상하고 세심한 남편 지훈(김강우)에게 전적으로 의존해 떠오르지 않는 기억을 수첩에 적어 되새기며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훈과 함께 돌아온 집은 아직 빈 집이 남아있는 미분양 아파트. 지훈과 수진의 집 역시 모델하우스처럼 깔끔하지만, 생활감도 없다.

아파트에서 마주치는 이웃들에게 닥칠 사고와 죽음 등 불행한 미래를 환영으로 보게 된 수진은 그들을 돕고 싶지만 정작 이웃들의 반응은 어색하고, 지훈은 굳이 나서서 다치기까지 한 수진을 향해 정상이 아니라며 만류한다.

캐나다 이민을 서두르는 지훈이 집을 비운 사이, 수진은 일하던 미술학원 원장을 우연히 마주친다.

사고 전 수진 부부의 일을 잘 아는 원장으로부터 수진은 지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때마침 발견한 사진 속 남편의 자리엔 지훈이 아닌 다른 얼굴의 남자가 있다.

설상가상 지훈은 밤에 슬그머니 집을 비우고, 수진은 환영 속에서는 알 수 없는 남자에게 위협을 당한다.

영화 '내일의 기억'은 기억을 잃은 뒤 환영 속에서 미래를 보는 여자가 기억의 퍼즐을 맞춰가며 남편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수진의 혼란을 따라 의혹과 긴장을 품은 채 진실에 다가가며 영화는 장르물의 외피 안에 감춘 절절한 치정 멜로를 드러낸다.

그사이 기억을 잃은 채 진실을 추적해 가는 수진의 고군분투는 동력을 잃고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남는다.

허진호 감독의 '덕혜옹주', '행복', '외출' 등의 각본에 참여한 서유민 작가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서 감독은 "나와 가장 가까운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낯섦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고, 그게 두려움으로 다가왔다"며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는 데서 오는 공포를 스릴러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