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무슨 뜻일까요. 그 의미를 알아보기 전에, 보테로의 작품이 주는 느낌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그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 같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기분도 들죠. 그래서인지 보테로의 작품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여러 차례 전시가 열렸으며, 지난해엔 영화 '보테로'가 국내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오는 27일 열리는 서울옥션 경매에도 보테로의 작품이 출품됩니다.


19살이 되던 해, 그는 미술전람회에 출품해 받은 상금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가 다양한 그림을 접하고 배웠죠. 이때 벨라스케스, 고야와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두루 보게 됐습니다. 보테로는 그중에서도 고전 미술에 빠져 들었습니다. 당시 유럽엔 추상주의 미술이 유행하고 있었는데요. 보테로의 작업들은 이 같은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인상주의 이후부터 작가들이 바탕 작업을 하지 않은 캔버스에 직접 그리거나, 1분도 안 걸리는 그림을 그린다"며 "이런 경향 때문에 미술의 쇠퇴기가 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테로의 주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죠. 하지만 그는 고전 미술에 라틴 아메리카 미술의 특색을 곁들여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 냈습니다.

보테로는 이후 그만의 볼륨이 담긴 작품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보테로가 사람들의 몸집을 크게 그리는 것은 양감과 색채를 강조하기 위한 것인데요. 색을 최대한 넓게 칠하려면 그만큼의 공간이 있어야 하죠. 그 공간을 몸의 부피를 키워서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를 통해 '색채의 마술사'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이런 작업은 보테로의 정신적 뿌리인 라틴 아메리카와도 연결됩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풍만함은 풍요, 부유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의 볼륨이 주는 매력은 일상 속 사람들을 그린 작품에서 더욱 돋보입니다. '소풍'(2001), '춤추는 사람들'(2000), '발레리나'(2001) 등이 대표적입니다. 보테로는 라틴 아메리카의 일상과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뜨거운 열정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보테로는 이뿐 아니라 콜롬비아의 부정부패, 폭력, 마약 문제 등 사회 문제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화폭에 담았습니다. 이렇게 보테로의 시선은 차가운 현실을 바라봤지만, 그 결과물인 그림은 무겁지 않고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그 이유는 둥글둥글한 양감과 따뜻한 색채 덕분이죠. 따뜻하지만 이성적인, 행복하지만 슬프기도 한 양면성. 이를 누구보다 잘 살리는 보테로의 재능에 감탄하게 됩니다.
마법 같은 그림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보테로는 내년에 90살이 되는데요. 살아있는 거장의 아름답고 유쾌한 작업이 더 오랫동안 이어지길 바랍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