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부실 의심" AI가 탐지…N-ERP가 바꾼 삼성 사무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을 통해 거래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소비자 주문 현황, 글로벌 공급망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차세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N-ERP’를 개발했다. ERP는 기업의 물적, 재무적 자원을 통합 관리해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가 새 ERP를 도입한 건 2008년 이후 13년 만이다.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최근 완료된 N-ERP 개발엔 글로벌 ERP 기업인 독일 SAP와 삼성SDS가 참여했다. 이들 업체는 최신 ERP 솔루션에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했다.

N-ERP에는 과거 ERP에서 볼 수 없던 최신 기능이 적용됐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단일 서버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대부분 글로벌 기업은 주문 통합 처리, 판매 납기약속, 배송 관리 등을 별도의 시스템으로 처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N-ERP는 공급망 통합 관리를 통해 비즈니스의 융복합, 물류 네트워크 다양화, 기업·소비자 직거래(D2C) 상품 전략 확산 등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편의성도 높아졌다. N-ERP에 ‘박스 단위 배송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소규모 온라인스토어 등을 포함한 거래처들은 실시간으로 배송 예정일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전 ERP는 ‘트럭 단위’ 배송까지만 관리해 상세한 배송 현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AI를 통해 데이터 연관성을 분석하고 사전에 리스크 징후를 탐지하는 기능도 갖췄다. 사후에 거래 부정이나 부실이 의심되는 항목을 발췌해 점검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광학적 문자 판독(OCR) 기술이 들어간 것도 큰 변화로 평가된다. N-ERP는 OCR 기술을 통해 지금껏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입력했던 중소거래처 주문서 등을 자동으로 판독하고 저장한다.

삼성전자는 데이터 처리·분석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시스템도 N-ERP에 적용했다. N-ERP의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은 다양한 업무 환경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챗봇 기술’을 통해 시스템에 직접 접속하지 않고도 채팅으로 업무를 손쉽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과 서남·동남아시아 법인에 N-ERP를 우선 도입하고 내년 1월까지 전 세계 법인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