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84% "입춘굿·영등신 축제 본 적 없다"
'신(神)들의 고향' 또는 '신들의 나라'로 일컬어지는 제주.
제주지역 초등학생들은 제주 문화와 정체성의 근본 줄기를 이루고 있는 제주 신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연합뉴스는 지난 3월 15∼31일 제주지역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제주 신화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삼성초등학교와 아라초등학교, 제주중앙초등학교, 서귀중앙초등학교, 토평초등학교 등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역 11개 초등학교 550명의 학생이 조사에 응답했다.
총 10개 문항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학생들 대부분이 모든 질문에 응답했지만, 문항에 따라 일부 질문에 답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문항마다 응답자 수는 다소 차이가 나타났다.
설문대할망과 자청비, 삼승할망 등 제주의 신들보다 제우스와 헤라 등 그리스·로마 신화 속 등장인물에 더 친숙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제주 신화와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물었다.
제주 신화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초등학생은 341명(63%)으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알고 있다'고 답한 학생 374명(69.5%)보다 적었다.
초등학생 311명(57.7%)이 제주 신화 관련 책을 '읽어봤다'고 답했으며, 228명(42.3%)은 '읽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책에 대해선 초등학생 332명(61.7%)이 읽어봤고, 206명(38.3%)이 읽지 않았다.
제주 신화에 등장하는 설문대할망·영등할망·삼승할망·자청비·백주또 등 10명의 신들과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헤라·아테나·헤파이스토스·헤르메스 등 10명의 신들에 대해 몇 명이나 알고 있는지 물었다.
예로 제시한 그리스·로마 신화 속 10명의 신들을 '모두 알고 있다'고 답한 학생은 150명(28%)에 달했지만, 제주 신화 속 10명의 신을 모두 아는 학생은 21명(3.9%)에 그쳤다.
또 과반이 넘는 350명(64.9%)이 제주 신화 속 등장인물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1∼2명 정도만 알고 있었다.
반면,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해선 초등학생 273명(50.9%)이 등장인물 중 6명 이상을 알고 있었다.
10명을 모두 알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0명에서 9명까지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결과는 응답한 학생의 85.4%인 458명이 굿을 '본 적 없다'고 답했고, 78명(14.6%)이 '있다'고 답했다.
또 제주 신화와 굿을 결합해 축제로 승화한 제주 입춘굿 축제, 영등신 축제를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451명(84%)이 '본 적 없다', 86명(16%)이 '있다'고 답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제주 신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엔 342명(63.9%)이 '없다'고 답변했다.
초등학생들이 제주 신화를 접한 적은 있지만, 신화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낮았다.
또 제주 신화를 일상생활과 축제 등을 통해 친숙하게 접할 기회가 매우 드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핵가족화로 할아버지·할머니, 손자·손녀의 조손(祖孫)간 거리도 멀어지면서 관련 이야기를 전해 들을 기회도 사라지고 있다.
강정효 전 제주 민예총 이사장은 지난 1999년 3월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제주동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을 본향당에서 칠머리당영등굿을 지켜보는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강 전 이사장은 "학생들이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접하고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굳이 일부러 먼 곳을 갈 필요도 없이 제주 각 마을의 본향당에서 이뤄지는 영등굿과 해신제와 같은 마을제를 때마다 학생들이 현장학습을 통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 자체가 자신을 비롯해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속한 마을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김 작가는 "제주 신화 속에는 제주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정신문화가 담겨 있다.
어린이들이 제주 신화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제주 사람으로서 정체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