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3살 동생과 함께 의식 잃은 채 발견됐으나 사망
"밀입국 급증에 인도주의적 위기 고조…비극 발생"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중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급증한 가운데 멕시코 국적의 9살 여자아이가 강을 건너 국경을 넘으려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국경순찰대는 2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밀입국을 시도하던 9살 여아가 국경 인근 리오그란데강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고 N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숨진 아이는 지난 20일 미국 텍사스주와 멕시코 경계를 따라 흐르는 리오그란데강의 한 섬에서 발견됐다.

9살 여아는 엄마, 3살 동생과 함께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있었고, 국경순찰대는 이들을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9살 아이는 사망 판정을 받았다.

숨진 아이의 엄마와 3살 동생은 병원에서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했다.

당국은 숨진 아이가 텍사스로 가기 위해 리오그란데강을 건너다가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경순찰대에 따르면 엄마는 과테말라 출신이고 두 아이는 멕시코 국적이었다.

NBC 방송은 "바이든 행정부가 밀입국자 급증과 점점 커지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놓고 씨름하는 와중에 아이가 비극적으로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연방 당국에 따르면 작년 10월 이후 미국 국경을 넘으려다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부닥쳐 구조된 밀입국자는 500여명에 이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 이민정책을 폐기하고 이민 개혁을 추진 중인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가족 단위 밀입국자와 성인을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 밀입국자가 크게 늘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어떻게든 미국 땅에 들어가기만 하면 달라진 이민정책에 따라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어린아이와 청소년들까지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24일 기준 국경시설에 수용된 밀입국 미성년자는 5천156명에 달한다.

미 당국은 지난달 어른을 동반하지 않고 홀로 국경을 넘은 미성년 밀입국자가 9천여명에 달했다며 이달에는 1만4천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국경 관리는 AFP통신에 "우리는 돌려보내는 밀입국자보다 더 많은 사람을 국경에서 체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 위기를 초래했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5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계절적으로 매년 초 국경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서 온정적 이민 정책으로 밀입국자가 늘었다는 공화당의 비판에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