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돈 칼럼] 칼럼을 잘 쓰는 5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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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칼럼을 쓸 일이 생긴다. 기본적인 문장력과 간단한 요령만 익히면 누구나 쉽고 빠르게 쓸 수 있는 글이 칼럼이다. 칼럼을 잘 쓰는 방법은 칼럼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있다. 세상에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엄청난 사보가 있고, 그곳을 채워야 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것은 기고라면 신문 독자층이 어떤지 알고 써야 한다. 대표적 칼럼은 한국경제신문의 ‘천자 칼럼’, 동아일보의 ‘횡설수설’, 한겨레의 ‘세상 읽기’, 조선일보의 ‘만물상’ 등이 있다. 칼럼 시장은 월간호든 계간호든 일정하게 발행하는 잡지나 사보가 많다. 그리고 그곳에는 칼럼을 실어야 한다. 물론 옛날에는 인쇄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인터넷으로 웹진이 많아지고 있다.
칼럼의 분량은 얼마인가? 보통 분량은 원고지 10~15매 정도이고 A용지로는 1장 반~2장 사이이다. 글자 크기는 10pt이고 줄 간격 160%이다. 칼럼 원고료는 얼마인가? 발행하는 곳에 따라서 다르다. 특히 대행사를 낀 경우는 원고료가 짜다. 200자 원고지 매당 1만 원 선으로 보통 15 매라면 15만 원이다. 직접 연결하는 경우 회사가 좋은 곳이면 칼럼당 25만 원~ 30만 원을 받기도 한다. 보통 의뢰하고 1주일에서 많게는 2주일 사이로 칼럼을 의뢰한다. 물론 마감일에 맞게 보내는 것보다 좀 더 일찍 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수정도 원활하고 잡지를 내는 곳은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래 컬럼(column)이란 그리스 로마 건축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형 기둥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는 특별기고를 칼럼이라 하는 이유도 마치 기둥모양으로 위아래로 길게 실리기 때문이다. 글자들이 가로로 진행된 행(行)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생겨나는 기둥 형태의 단(段)을 칼럼이라 불러온 것이다. 한 페이지의 지면이 만들어지려면 우선 전체를 몇 개의 칼럼으로 만들어야 할지 결정해야 하고 그것이 편집의 전체 얼개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레이아웃이 된다.
칼럼 하나가 대한민국 전역이 들썩인 적이 있다. “추석이란 무엇인가 ” 되물어라 김영민 교수 칼럼 때문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9211922005
추석을 맞아 모여든 친척들은 늘 그러했던 것처럼 당신의 근황에 과도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취직은 했는지, 결혼할 계획은 있는지, 아이는 언제 낳을 것인지, 살은 언제 뺄 것인지 등등. 그러나 21세기의 냉정한 과학자가 느끼한 연애편지를 쓰던 20세기 청년이 더 이상 아니듯이, 당신도 과거의 당신이 아니며, 친척도 과거의 친척이 아니며, 가족도 옛날의 가족이 아니며, 추석도 과거의 추석이 아니다. 따라서 “그런 질문은 집어치워 주시죠”라는 시선을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친척이 명절을 핑계로 집요하게 당신의 인생에 대해 캐물어 온다면, 그들이 평소에 직면하지 않았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 라고 대답하라. “추석 때라서 일부러 물어보는 거란다”라고 하거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아버지가 “손주라도 한 명 안겨다오”라고 하거든 “후손이란 무엇인가”. “늘그막에 외로워서 그런단다”라고 하거든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가족끼리 이런 이야기도 못하니”라고 하거든 “가족이란 무엇인가”. 정체성에 관련된 이러한 대화들은 신성한 주문이 되어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칼럼이란 무엇인가.”
이 칼럼은 명절 때 만나는 친척들의 오지랖에 대처할 수 있는 법을 쓴 유쾌한 글이었다. 기존 칼럼에 대한 대한 파격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에 그 분야를 모르고 있다면 칼럼을 쓰기 어렵다. 칼럼의 종류는 경제칼럼, 문화칼럼, 시사칼럼, 과학칼럼, 스포츠 칼럼, 건강칼럼, 여행칼럼, 가십 칼럼(gossip column), 고민상담 칼럼, 만화 칼럼 등을 말한다. 칼럼의 형식에 따른 분석은 설명형 칼럼, 주장형 칼럼, 전문가 칼럼, 일반인 칼럼, 등으로 나눌 수도 있다. 보통 원고청탁서를 보내는데, 기획의도와 청탁내용에 칼럼을 쓰는 방향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칼럼니스트(columnist)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칼럼니스트는 신문, 잡지에 기고하는 직업이다. 시인도 직업이 되지 못하는데, 어찌 일개의 칼럼니스트가 직업이 된다는 말인가? ‘돈도 안 되는 칼럼을 왜 쓰세요?’ 가끔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사실 이들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우둔한 사람이다. 칼럼이 돈이 안되다니, 돈이 되니까 칼럼을 쓰는 것이다. 그럼 돈이 되는 칼럼을 어떻게 쓸 수 있는가? 돈이 되고 안되고는 누가 판단하는가? 역시 돈을 주는 사람이다. 그들이 돈이 주고 싶어도 그 글을 읽어보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 글을 쓰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돈이 되든 안 되는 글을 써서 내가 쓰는 글이 돈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칼럼니스트는 강의도 하게 되고, 방송 출연도 하게 되니 결국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그럼 어떻게 쓰는 것이 칼럼을 잘 쓰는 방법일까?
1. 칼럼요청서를 보면, 대부분 첫 문장부터 재미있고 유연하게 쓰길 주문한다.
독자의 눈길을 끌 만한 내용이 앞부분에 있어야 한다. 지루한 논문 서술식이 아니라 톡톡 튀는 재미있고 유연한 글을 원하는 것이다. 특히 칼럼의 도입부는 첫 문장부터 어려운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칼럼의 첫 문장을 리드(lead)라고 한다. 리드는 마치 달리는 철도의 기관차와 같다. 기관차는 동력을 발생하여 객차와 화차 등을 견인할 수 있도록 제작된 철도차량을 말한다. 열차의 맨 처음에서 강력한 동력으로 수십 량의 객차와 화물차를 이끄는 역할이다. 앞에서 잘못 이끄면 칼럼이 생명력을 잃어버린다. 대부분의 실수는 전문지식을 자랑하는 것이다. 그러면 독자는 아마도 다른 곳으로 시선이 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사실만 나열해서는 글의 힘이 없다. 어떤 글에 생명력을 가지게 하는 것은 바로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이 있어야 한다. 흥미를 끈다든지, 충격적인 사실을 던져준다든지, 좋은 질문으로 시작한다든지 독자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칼럼의 초반부에 외면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흥미로운 주제, 타당한 문제 설정이 칼럼의 승부를 좌우한다.
2. 칼럼의 문장은 화려한 수사보다 담백한 논리를 근거로 해야 한다.
이미 칼럼의 시작이 좋다면 독자에게 가까이 가고 있는 것이다. 칼럼의 목적은 개인의 생각과 주장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화려한 수사가 중심이 된다면 좋지 않은 칼럼이 된다. 담백한 논리와 촘촘한 근거가 잘 짜인 글이 좋은 칼럼이다. 형이상학적인 수사가 많이 등장하는 관념적인 글을 독자는 싫어한다. 실제 자신의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적용 가능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칼럼은 가방끈의 자랑이 아니다. 칼럼의 문체는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칼럼니스트는 오직 칼만으로 승부하는 요리사이다. 단순히 내가 그동안에 써왔던 글이 아니라 오늘 쓰는 글 하나만으로 승부해야 한다. 계급장을 떼고 칼럼니스트를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단순한 원리와 유익한 지혜를 담고 있어야 한다. 독자의 생각을 읽어서 “좀 더 비약하자면”이라고 먼저 선수를 쳐야 한다. 글을 쓸 때 반대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쓴다고 생각하라. 결론부터 쓰고 그다음에 부연설명을 하라. 치밀한 논증이 결국 설득력과 합리성을 담보한다.
3. 직접적인 예시가 많이 등장하는 실용적인 글이 호응이 좋다.
주장에 걸맞은 논리적인 근거를 갖추었다면 칼럼이란 기둥을 만들기 위한 과정까지 마친 것이다. 이제 기둥에다가 살을 붙히기 시작하면 된다. 칼럼을 쓸 때도 마찬가지로 익히는 시간을 거쳐야 좋은 글이 된다. 자칫 논리에만 치우치다 보면 오히려 무겁거나 지루해질 수 있다. 주제와 관련된 에피소드, 사례를 찾아야 한다. 자신의 체험이 가장 좋지만 그것이 없더라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얼마든지 유명한 예화를 찾을 수 있다. 단지 주의해야 할 것은 주제와 상관이 없으면 안된다. 차라리 안 쓰는 것이 낫다.
4. 문장의 단락단락을 나누고 중간 제목을 다는 것이 좋다.
잡지 기사처럼 중간 제목이 자주 들어가 단락단락 나뉘는 글을 원한다. 예를 들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닌, 엄마와 아이를 위한 투자”, “사랑은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best 10”, “여자들은 모르는 남자들의 심리 비밀” 등으로 중간 제목만 읽어도 읽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적절한 단락 구성을 하고, 논지 전개를 매끄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제목을 좋아도 중간 제목이 맛깔스럽지 않다면 읽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잘 쓴 칼럼은 우선 불필요한 문장이 없다. 처음 쓴 원고는 초고일 뿐이다. 날것의 문장을 다시 읽어보고 수정해야 한다. 문장의 단락과 단락의 느슨함을 조여야 한다. 헐거운 논리적 구조로써 사람들을 설득하긴 어렵다. 짜임새 있는 칼럼은 절차탁마의 단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5. 참신한 콘셉트가 독자가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칼럼은 ‘진부한 해결안’을 찾는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참신한 딴지걸기’가 통한다. 먼저 글 전체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부분을 생략할지 판단할 수 있고 줄여야 논거가 확실해진다. 칼럼니스트에게 글을 의뢰하는 사람은 본인이 하지 못하는 주장을 칼럼니스트들이 해주길 원한다. 단지 밋밋한 글보다 칼럼니스트가 갖고 있는 고유의 주장을 더욱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앞에서 제시한 5가지를 유의한다면 칼럼 쓰는 일이 쉬워질 것이다.
윤영돈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