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시카고 언론과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애플은 시카고 교육청과 손잡고 내년 봄 학기부터 CPS 산하 초·중·고등학교와 2년제 시립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코딩 교육과 관련된 프로그래밍 언어와 학습도구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팀 쿡은 “애플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프로그래밍 언어 ‘스위프트(Swift)’를 시카고 공립학교 정규 수업시간과 방과 후 클럽 활동 등을 통해 가르칠 것”이며, “각 대학이 코딩 능력을 갖춘 여성과 소수계를 얼마나 배출할지 기다리고 있는 대신 우리가 직접 인력 양성 지원에 나서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애플이 과연 선의의 행동만으로 내린 결정일까? ‘큰 大, 믿을 信’이라는 광고로 알려진 대신증권을 사례를 통해 애플의 숨의 의도를 파악해보자. 대신증권은 해마다 방학에 맞춰 ‘대신증권, 꿈나무 경제교실’이라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했었다. 아이들에게 보드게임을 통해 금융과 경제에 대해서 쉽게 배울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보니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 행사는 실제로 대신증권의 영업실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굳이 비용을 들여서 이런 행사를 추진하는 이유가 뭘까? 바로 아이들의 머릿속에 주식투자 기관의 첫 이미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콜라의 첫 브랜드 이미지는 ‘코카콜라’, 국제운송의 첫 브랜드는 ‘페덱스’와 같이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게끔 인식의 기준을 확정해주는 브랜드가 되면 미래 잠재적 고객으로 구매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마케팅 활동을 ‘POME(Point of Market entry)’이라고 한다. 당장 현재 구매량에 구애받지 않고 생애 주기에 따른 미래의 잠재고객을 미리 공략하는 활동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비누·세제, 기타 가정용품 제조업체인 P&G가 생리대 브랜드인 위스퍼를 초등학생 2~3년 여자아이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행위, 대학 재학생에게 교육용 무료 회계프로그램을 설치 및 교육해주고 이를 자격증으로 제도화해서 운영하고 있는 더존회계프로그램 역시 같은 맥락의 마케팅 방법이다.

애플이 자사의 엔지니어가 직접 개발한 프로그래밍 언어 ‘스위프트’를 시카고 공립학교 정규 수업시간과 방과 후에 제공하는 것도 ‘POME 마케팅’의 일환이다. 약 45만 명의 학생을 거느리고 미국 내 3번째 교육구이면서 저소득층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다수인 시카고는 큰 규모와 다양성이 확보된 지역이기 때문에 POME 마케팅을 실천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애플의 숨은 의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1세기는 ‘플랫폼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애플을 비롯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이 자신들만의 강점을 가진 플랫폼을 통해 각자의 영역에서 절대 강자로 부상하면서 비즈니스 업계에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국 플랫폼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2014년 오브젝티브-C의 뒤를 잇는 맥OS와 iOS 개발용으로 언어로 첫 선을 보인 이후, 애플의 스위프트를 사용하는 개발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최신 티오베 지표(Tiobe Index)에 따르면, 현재 스위프트는 실질적으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개발자들이 더 적은 코드 베이스를 유지할 방법을 찾으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사마린(Xamarin), 아파치 코도바(Cordova)와 아이오닉(Ionic)이 스위프트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스위프트의 인기를 반등하기 위해 당장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더존회계프로그램과 같은 ‘POME 마케팅’을 통해 미래의 잠재적 고객을 확보하여 대표적 플랫폼 언어로 안착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다.

고객은 누구나 가장 먼저 접한 브랜드에 강한 인상과 애착을 가진다. 최초라는 가치는 그래서 중요하다. 여기에 브랜드의 진정성이 더해진다면 고객의 마음속에 영원이 남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을 보듯.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