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법연구회 와해 시도·통진당 재판 개입 인정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방창현·심상철 판사는 무죄
'사법농단' 첫 유죄…이민걸·이규진 1심 집행유예(종합2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전직 판사들에게 첫 유죄 판결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한 끝에 전·현직 법관 14명을 기소했으며, 현재까지 10명이 1심 판결을 받았다.

이 중 유죄 선고를 받은 것은 이들 2명이 처음이다.

현재까지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사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 등이다.

사법농단의 핵심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 이들은 기록과 증거의 양이 많아 심리가 길어지고 있다.

재판부는 이 전 실장이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모임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 국회의원이 피고인인 사건 결론에 관해 재판부 심증을 파악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 재판에 개입한 혐의, 파견 법관들을 동원해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실장에 향해 "재판사무의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범행"이라고 질타했다.

이 전 상임의원에 대해서는 "스스로 판사이면서 재판권 행사를 2차례나 방해해 혐의가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두 사람이 수사와 재판에 성실하게 임한 점을 고려하고, 각각 30년 가까이 판사로 재직하면서 근무해온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형량을 정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실장은 판결 선고 직후 심경을 묻는 기자들에게 "아직 재판 중이어서 법정에서 말씀드리겠다"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와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모두 현직 판사로 재직 중이다.

방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요청을 받고 자신이 담당하던 옛 통진당 의원들 사건의 선고와 판결 이유를 누설한 혐의를, 심 전 원장은 옛 통진당 의원들의 행정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