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영장을 받았을 때는 호기심이 생겼으나, 입대날짜가 다가올수록 두려움이
커지더라’는 청년의 말을 듣고 우리 어른들은 어떻게 조언해 주어야 할까?
한 신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병역을 마친 사람 중 73.9%는 군복무가 사회생활에 긍정적인 도움을 준다고 답했다. 군복무의 긍정적인 측면은 조직생활의 경험(56.2%), 책임감 등 인간적 성숙(50.8%), 인내심과 도전정신(47.8%), 전우 등을 통한 인간관계(19.3%), 가족의 중요성 인식(12.2%), 군대에서 배운 기술(4.2%) 순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군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은 무엇을 왜 두려워하는가? ‘왜 내가 군대에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어리석다고 몰아붙이지 말고, 군대에서’무엇을’,’어떻게’해야 할지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질문을 하도록 우리 어른들이 가르쳐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신문보도내용을 소개한다.
[전교학신문]
‘똑똑한 놈은 웃으면서 군대간다’의 저자와 나눈 군생활 노하우
‘군대는 직장’ 대인관계지수 높일 절호의 기회
논산 육군훈련소 연병장에서 훈련병들이 제식훈련을 받고 있다. 자신의 태도에 따라 군대 복무기간은 대인관계 사회적응력 향상 등 커리어관리에 유익한 수습기간이 될 수 있다.
각 집단별로 말 잘 듣게 하는 방법에 관한 유머가 있다. 중학생에겐 왕따시키지 않고 내신 잘 주겠다는 것, 고등학생에겐 내신 반영한다는 것, 대학생에겐 병역특례 준다는 것이라고 한다. 병역에 대해 대학생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생각하나를 엿볼 수 있어 웃고 만은 넘길 수 없는 블랙유머다. 국가를 위한 공훈을 세우면 으레 병역특례가 들썩여진다. 병역특례가 시혜처럼 베풀어지는 우리나라에서 군대, 과연 가기 싫은 K대일까. 박양근 한국폴리텍대학 교수는 군대기간을 잘 활용하면 인생투자의 도약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그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책 ‘똑똑한 놈은 웃으면서 군대간다’(한언 간)를 최근 펴냈다. 박교수에게 군대생활을 인생의 투자기로 삼을 수 있는 고효율 노하우를 들어봤다. 잘 가꾼 군대생활, 열 취업학원 쫓아다닌 것 부럽지 않게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Q=커리어 패스 면에서 군대가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가 있는가.
A=각자 사정이 있겠지만 적기는 1학년 2학기 마치고이다. 군대를 마치고 온 예비역 대학생 100여명이상이 응답한 결과다. 2학년 이상을 마치고 가면 복학 후 진로설정 취업준비기간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이다.
Q=청년들이 군대를 기피하는 이유중 하나는 한창 중요할 때에 경력이 단절된다는 우려도 크다. 군대복무기간 2년을 효율적으로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듣고 싶다.
A=군대에 대한 일반의 편견은 기회비용이 너무 크며, 비효율적 명령체계로 인한 문제점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삶도 그러하듯 군대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군대 밖 사회는 100% 합리적인가. 군대생활을 일종의 직장 수습생활이라고 생각하고 리더십과 팔로워십 등 대인관계지수를 높이겠다고 생각하는 적극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대졸사원도 입사하자마자 그럴듯한 일부터 하는 것 아니지 않은가.
군대도 직장과 똑같다. 다만 빠른 시간에 가부결정을 내려야 하므로 친절한 설명이 생략된다는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이외에도 군대생활의 장점은 많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군대에서만큼 폭넓게 접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소셜 네트워크 지수도 높일 수 있다. 결국 시간낭비냐, 고수익 투자냐는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Q=자신의 경력관리에 성공한 사람들은 군대 가기 전, 후 어떻게 준비하는지 궁금하다.
A=일단 입대하기 전부터 ‘군대생활 2년 동안 무엇을 얻고 오겠다’는 비전을 확실히 수립하는게 다른 점이다. 군대가 무조건 싫고 두렵다며 미루다, 소 도살장 끌려가듯 가는 사람과 이후 경력관리에서 하늘 땅 만큼 차이가 벌어진다. 제대 후 다른 점은 제대날짜 바로 행동을 개시하는 신속성이다. 군대 말년 무렵에는 여러가지로 긴장이 풀어지기 쉽다. 시작하더라도 한 두어 달만 쉬고 시작해야지 생각하고 쉽다. 한두 달 미룬 계획이 1∼2년 경력 지체로 이어질 수 있다. 말년 휴가에는 제대 후 새로운 생활 시작을 위해 학원정보 수집, 등록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아야 한다. 내가 아는 A군은 이런 계획 하에 휴가 중 영어학원을 등록하고, 제대 바로 다음날부터 영어학원을 다녔다. 복학시기도 잘 계획해서 휴지기를 짧게 하는게 바람직하다.
■ CEO들의 군대생활
CEO들을 인터뷰하면 군대생활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이가 많다.
강남 타워팰리스의 입맛을 꽉 잡고 있다는 김영모 제과명장.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비뚤어졌던 불량청년 김영모를 바로 세워준 것은 군대 진중문고에서 읽은 겉장 떨어진 책이었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라’ ‘최악의 경우를 받아들일 마음을 준비하라’ ‘최악의 경우를 개선하라’. 실패에 대한 3단계 대처방식을 전달하는 이 메시지를 몸으로 습관화하면서 인생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김창일 천안 아라리오 그룹 회장도 군대생활이 인생의 극적 전환점이 되었다고 고백하는 케이스. 3수끝에 대학에 입학한 후 곧 육군 의장대에 입대한 그는 단체기합 등 모진 훈련을 받아야 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꼬이는’ 팔자에 대해 원망도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로 정신적으로 단련하기엔 더없이 좋은 시기였다. 새벽보초를 서며 들리는 벌레소리를 들으며 세상이치, 자기와의 대화등을 통해 명상의 시간을 절로 갖게 되었다는 것.
그런가 하면 남들은 요리조리 피하려 하는 군대를 군면제자가 되었음에도 일부러 자원입대한 CEO도 있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한쪽 귀가 안 들려 병역면제사유가 됨에도 불구하고 우겨서 입대한 전력을 갖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은 한결같다.
“군대 안 갔다 오고서 리더 될 생각 절대 마라!”
김성회기자/sa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