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르네사스는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9일 화재가 발생한 일본 이바라키현 나카 공장은 한 달 후부터 재개할 것이다"며 "정수 공급·공조 등 일부 유틸리티 장비와 제조 장비의 피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르네사스가 밝힌 화재 원인은 도금 장비 일부에 과전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건물 피해는 없고, 제조 장비, 공정 중 작업 및 재정적 영향은 조사 중"이라면서도 "정수 공급·공조 등 일부 유틸리티 장비와 제조 장비의 피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르네사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화재를 통해 나카 공장의 N3동 내 장비 11대가 피해를 입었다. 이 곳은 300mm 웨이퍼를 사용해 주로 차의 주행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콘트롤러를 만드는 라인이다. N3동 내 전체로 보면 반도체 생산량의 3분의 2가 차량용 반도체를 차지한다.
다만 르네사스는 200㎜ 라인과 웨이퍼 테스트 생산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차량용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NXP(네덜란드)가 10.2%로 1위고 그 뒤를 독일 인피니온(10.1%)과 르네사스(8.3%, 일본)가 잇고 있다. 르네사스는 이번 화재를 통해 생산 차질이 생긴 마이크로콘트롤러 시장에서 20% 정도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화재로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차 판매가 줄어들자 자동차 업체들은 반도체 등 부품의 확보량을 줄였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중국 등을 중심으로 차 수요가 회복하자 반도체 등의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이처럼 차 반도체의 공급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축소 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미국 텍사스 한파에 따른 정전으로 차 반도체 업계 1위인 인피니온 공장이 한때 멈췄던 데 이어 이번 화재까지 환경적 변수로 인해 품귀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르네사스는 앞서 지난달 발생한 일본 지진 여파로 1주일 간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공급난이 심화되자 완성차 업체는 생산 중단을 지시하고 있다. 미국 GM은 미국 캔자스주 페어팩스를 비롯해 멕시코, 캐나다, 브라질 공장 가동 중단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또 미국 포드, 독일 폭스바겐,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업체들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 축소 때문에 완성차 감산을 결정한 상태다. 이번 르네사스 사태는 그간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받았던 닛산 등 일본 차 업체로 타격이 일차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르네사스로부터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지 않지만 전 세계적 이슈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연쇄 타격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에도 도요타·포드 등의 일부 공장이 라인을 세우기도 했다"며 "올 상반기 차 업계의 감산규모는 15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