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대상 필리핀 대학 허위 졸업장 수백만원 받고 발급
학생들에게 수억원 투자금 받았다가 미상환…경찰 수사도
대학, 자체 진상조사 나서…"입학 취소·수사 의뢰 검토"
"광운대 겸임교수, 특수대학원 부정입학 주도 의혹"
서울의 한 사립대 겸임교수가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 회원들의 학력을 위조해 특수대학원에 부정 입학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겸임교수는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며 투자금 명목으로 학생들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가 돌려주지 못해 경찰 수사까지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 이틀 만에 나온 필리핀 학사 졸업장…"돈 주고 샀다"
16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광운대는 겸임교수 A씨가 4년제 학사 학위 미소지자들에게 필리핀에 있는 B신학대 학사 졸업장을 허위로 발급해 특수대학원에 입학시켰다고 보고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

A씨는 B대의 한국 분교 교수 직함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교육업체 회원 일부를 필리핀 B대 졸업자로 꾸며 광운대 석사 과정에 입학시킨 의혹을 받는다.

B대는 국내에 분교를 뒀으나 교육부 인가를 받지 않아 소정의 과정을 마친 학생들에게 필리핀 해외 대학 학위를 발급하고 있다.

광운대와 B대 한국 분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허위로 발급받은 졸업장으로 광운대 석사 과정에 입학한 학생은 지금까지 10여명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3년제 대학이나 고등학교 졸업자로, 석사과정 지원 자격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광운대 진상조사에서 "돈을 주고 학사 졸업장을 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위 학사 졸업장으로 입학했다고 인정한 한 학생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A씨가 운영하는 업체에 여권 사본과 수백만원을 주고 이틀 만에 B대 학위를 받았다"며 "석사 학위를 받으면 업체 강사로 근무할 수 있다는 제안을 들었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는 자기계발 교육기관을 표방하며 A씨가 고안한 특수 호흡법을 배우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홍보해 회원을 끌어들였다.

그는 관련 협회도 세워 광운대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자신이 겸임교수로 재직하는 광운대의 전공 석사 과정에 등록하면 입학금 일부를 감면해주는 혜택을 제공하며 학생을 유치했다.

복수의 학생들은 "업체 측이 입학 의지가 있으나 학력이 미달하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허위 졸업장을 발급했다"고 말했다.

"광운대 겸임교수, 특수대학원 부정입학 주도 의혹"
◇ 학교 측 "교수 비위 전혀 몰랐다…수사 의뢰도 검토"
광운대와 B대는 A씨가 이런 행위를 수개월간 이어온 정황을 지난달 포착하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두 학교 모두 "A씨가 이런 행동을 했는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광운대 관계자는 "입학 지원 때 학생들이 진실한 서류를 제출했다고 서약하면 믿을 수밖에 없다"며 "민간 대학이 모든 학력사항을 검증하는 것은 범위 밖"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광운대 고위 관계자는 "대학원 입학 과정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거짓 문서로 입학한 학생들은 모두 입학을 취소하고 대학이 자체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은 수사의뢰할 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B대 한국 분교 관계자는 "A씨가 한국 분교에서 운영하는 내용을 서면으로만 보고받아 이런 문제가 생긴 줄 몰랐다"며 "필리핀 본교에서도 이 문제를 엄중히 생각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대책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A씨는 지난달 광운대에 사표를 제출했지만, 학교 측은 수리하지 않고 징계를 위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A씨가 1년 단위로 계약되는 겸임교수 신분이라 파면 등 적극적인 징계는 어려울 전망이다.

◇ 학생들에게 억대 투자금 받고 미상환…급여 가압류
A씨가 학생들과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주고받다 갈등을 빚은 정황도 나왔다.

그가 운영하는 업체 측은 투자를 하면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돌려준다고 홍보하며 학생들로부터 억대 투자금을 받았으나 일부만 상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학생은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해 대구 수성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A씨는 법원의 명령 따라 교수 급여를 가압류당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A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원서를 대신 제출해준 적이 있고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학교 측의 진상조사가 본격 시작된 후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