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소설집으로 돌아온 편혜영과 조해진

편혜영 '어쩌면 스무 번'·조해진 '환한 숨'

21세기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인 편혜영과 조해진이 나란히 새로운 작품집을 들고 돌아왔다.

등단한 지 22년째가 된 편혜영은 자신의 여섯 번째 소설집 '어쩌면 스무 번'(문학동네)으로, 등단 18년 차를 맞은 조해진은 네 번째 소설집 '환한 숨'(문학과지성사)을 각각 펴냈다.

'어쩌면 스무 번'은 편혜영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쓴 단편 중에서 성격이 비슷한 여덟 편을 고른 뒤 꼼꼼한 수정과 퇴고를 거쳐 묶어냈다.

서스펜스 소설의 대가이자 이야기꾼답게 익숙했던 공간과 관계를 낯설고 새롭게 느끼도록 하면서 묘한 긴장을 조성한다.

2019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호텔 창문'을 비롯한 모든 작품은 등장인물들이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체로 인적이 드문 소도시나 시골로 옮겨가는데, 평화롭고 조용해 보이지만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시골의 이중성이 부각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낯선 곳에서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로부터 여전히 큰 위협을 받는다.

이들이 삶에서 직면한 문제들은 언제 어떻게 풀릴지 확실한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존재한다.

조해진의 '환한 숨'에는 2019년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환한 나무 꼭대기'와 자전 소설인 '문래'를 포함해 모두 9편의 짧은 소설이 실렸다.

작가는 줄곧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사회에서 소외되고 외면받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의 시선은 암 투병 중에 의지할 곳조차 없는 중년 여성, 수은 중독이 뭔지도 모른 채 일했던 미성년 노동자들, 가시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청춘을 보낸 지친 남녀의 모습 등에 머문다.

그러면서 이들의 주목받지 못한 삶을 조명하고 그늘과 어둠 속 사람들에 온기를 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