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화백이 화가로서 물방울을 처음 만난 건 1972년 파리에서였다. “밤새 그린 그림이 마음에 안 들어 유화 색채를 떼어 내고 캔버스를 재활용하려고 물을 뿌려놨는데 물이 방울져 아침 햇살에 빛나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존재의 충일감에 몸을 떨며 물방울을 만났다”고 그는 훗날 회고했다. 그해 파리에서 열린 ‘살롱 드메’전을 시작으로 그는 평생 물방울을 그렸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물방울’은 더욱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옥션이 연 159회 미술품 경매에서 1977년작 물방울은 10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작가의 최고가 기록이다. 이로써 김창열은 김환기, 이중섭 등에 이어 작품 최고가 순위 8위로 올라섰다. 화가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물방울은 더욱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