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8명 연쇄감염…가나·우즈베크·미얀마 등 국적 다양
불이익 우려해 진술 꺼려…다문화센터 등에 통역지원 요청

충북지역 사업장과 대학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잇따르면서 방역당국이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적이 제각각인 외국인 근로자나 유학생 조사를 위한 통역관 확보가 첫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3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누적 확진자는 전날 기준 1천719명이다.

이 가운데 534명은 올해 1∼2월 확진됐는데 외국인 수가 58명(12.2%)에 달한다.

작년 11개월을 통틀어 확진된 외국인(56명)보다 많다.

작년까지만 해도 입국 후 자가격리 과정에서 확진되는 외국인이 적지 않았으나 올해에는 사업장과 대학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양성 판정을 받은 외국인이 늘었다.

지난달 26일 감염이 시작된 충주 지역 닭 가공업체와 관련한 확진자는 44명인데, 이 가운데 외국인이 절반인 22명에 달했다.

이달 18∼19일 보은의 한 기계부품 공장에서는 5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확진됐고, 20∼22일에는 영동의 한 대학 어학당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 12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보은 확진자 5명은 가나 출신 3명과 우즈베키스탄·미얀마 출신 각 1명이다.

보은군보건소는 확진자들의 국적이 다양해 통역이 가능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언어 소통이 어려운 데다가 외국인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진술을 꺼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해당 국가 한국 주재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왔다.

다행히 군보건소는 해당 업체와 다문화센터의 통역 지원을 받아 역학조사를 마무리했다.

군보건소 관계자는 "외국인 확진자들이 기숙사에만 머물렀던 덕분에 역학조사가 수월하게 끝났지만 동선이 복잡했다면 통역을 낀 조사에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원대 어학당에 다니는 우즈베키스탄인 확진자 11명을 역학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초래됐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었지만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데다가 불이익을 우려해 동선을 제대로 진술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우즈베키스탄어가 가능한 이 대학 교수와 이 나라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군청 직원이 통역에 참여하면서 역학조사가 마무리됐다.

한 유학생들은 "원룸에서 대부분 생활했고 축구 시합을 했다"고 말했다가 우즈베키스탄 말에 익숙한 통역 요원이 투입되자 그제야 외지로 일을 다녀온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외국인 확진이 늘고 있는 다른 시·도에서도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라며 "다문화센터 등을 통한 통역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