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나이에 10번째 졸업장 도전…사회복지학과 입학
"1961년에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했어요.

교육대학교가 생긴 뒤로는 '은근한' 차별이 있어 학력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고요.

"
한국 나이로 올해 여든인 김상문(79)씨는 한국방송통신대와의 첫 만남에 이 같은 속사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초등학교 교사이던 1981년 '대학 안 나온 선생님'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 방송대 문을 두드렸다.

방송대 학사 학위를 발판으로 다른 대학원에서 특수교육 석사 학위까지 받아 특수학교 교장을 지내고 교직을 마친 김씨는 올해로 벌써 9번째 졸업장을 받는다.

김씨는 졸업을 앞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송대 수업을 들으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 계속 공부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지금까지 방송대에서만 초등교육학과를 시작으로 유아교육학과·일본학과·관광학과·문화교양학과·교육학과·청소년교육학과·국어국문학과 학사 졸업장을 잇달아 받았다.

오는 24일 방송대 졸업식에서는 생활과학과(가정복지학 전공) 졸업장을 받는다.

김씨는 매일 저녁 짧게는 2시간, 길게는 4시간씩 방송대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나이가 많아져 머릿속에 남는 것은 별로 없지만 공부하는 데 의의를 둡니다.

저녁에 공부하려면 체력이 중요해 오전에 몇 시간씩 걸으며 운동하죠."
그는 "시험 기간이나 과제물 제출 기간이 되면 온종일 앉아서 공부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체력단련을 해두다 보니 건강해졌다"며 "공부가 젊음의 비결"이라고 했다.

김씨는 자신보다 어린 선후배·동기들과 만날 수 있는 점을 방송대 생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으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 만남이 줄어든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머리도 요즘 스타일로 하고, 옷도 젊게 입는 데다 파스타 같은 음식도 거리낌 없이 잘 먹는다"며 "가끔 50∼60대 젊은 사람들을 만나 밥을 사주고 형·오빠 사이로 지내 즐겁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수업이 열릴 때는 젊은 친구들을 만나보려고 꼭 나가는데 지난해는 코로나19로 그러질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3월에 방송대 학사 달력을 받으면 과제물과 시험 기간을 꼼꼼히 표시하는 일이 그에게는 연례행사다.

올해는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10번째 졸업장에 도전한다.

김씨는 "사회복지학은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회과학 분야 전공인데 어렵다는 얘기를 들어서 한번 공부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꿈을 묻자 김씨는 큰 소리로 "방송대에서 가장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흔이 넘어서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